V-리그 FA 제도, 선수와 구단의 권리 균형 이루고 있나[THE NEXT 20]

이보미 기자

bboo0om@thevolleyball.kr | 2025-09-01 13:41:24

현대캐피탈과 KB손해보험 경기에서 KB손해보험의 황택의가 서브를 넣고 있다./KOVO

[더발리볼 = 한국배구연맹(서울) 이보미 기자] 2005년부터 시작된 V-리그가 2025년, 새로운 20년을 준비하고 있다. 더 나은 20년을 위해 V-리그가 마주한 과제들을 하나씩 짚어보고자 한다. <더발리볼>은 창간 기획으로 ‘THE NEXT 20’ 시리즈를 1년간 연재하며, V-리그 발전을 위한 12가지 핵심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첫 번째 이야기로 ‘2군 리그의 필요성과 현실’을, 두 번째로 남자 프로배구 7개 팀 단장과 함께 ‘한국 남자배구의 중흥을 위한 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세 번째 주제는 V-리그 FA 제도의 개선 방안이다. 이영호 한국배구연맹(KOVO) 사무국장, 오해원 문화일보 기자, 최천식 인하대 감독 및 SBS 스포츠 해설위원과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V-리그 FA는 어떻게 변화했나

V-리그는 2005년부터 시작됐고, FA 제도 도입은 그 이후에 이뤄졌다. 먼저 여자부에서 2007년부터 시행했다. 남자부는 그로부터 3년 뒤인 2010년부터 FA 제도를 도입했다. 

2007년 당시 여자부에서는 GS칼텍스, KT&G(현 정관장), 현대건설, 흥국생명, 한국도로공사까지 5구단 체제였다. 17명이 첫 FA 신분을 얻었다. 김세영, 한유미 등 5명은 잔류를 택했고, 이숙자와 정대영, 김사니, 이효희 등은 이적을 결정했다. 

2010년 남자부 역시 대한항공, 삼성화재, 우리캐피탈(2013년 우리카드가 인수), 현대캐피탈, KEPCO45(현 한국전력),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으로 6개 팀이 V-리그에서 각축을 벌였다. 남자부에서는 첫 FA가 시행되자마자 현대캐피탈 소속이었던 박철우가 삼성화재로 이적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철우는 그 해 FA 중 최고 연봉인 3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2016년 KOVO는 FA 제도 변화를 꾀했다. FA 제도가 선수들이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자유롭게 팀을 옮길 수 있도록 규정이지만, 실제로 선수들의 발이 묶여 유명무실해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FA 보상 규정상 구단들도 선뜻 외부 영입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때문에 프로 스포츠 최초로 FA 등급제를 도입했다. 

KOVO는 모든 FA 영입 선수에 대해 해당 선수 연봉의 200%와 보상선수 1명을 원 소속팀에 내줄 수 있도록 규정을 적용했다. 또는 원 소속팀이 보상 선수를 원하지 않을 경우, 연봉의 300%를 지급하면 되도록 했다. 대부분 구단은 전자의 보상 규정을 따랐지만, 실질적으로 출혈이 컸기에 FA 시장은 조용할 수밖에 없었다. FA 등급제를 도입해 보상 규정을 등급에 따라 달리 적용하면서 활발한 이동을 기대했다. 

남자부와 여자부 모두 2018-2019시즌부터 FA 등급제를 적용했다. 당시 남자부와 여자부의 FA 보상 규정은 다음과 같다. 

추가로 FA 미계약 선수는 3년 후 자유신분 전환하는 것으로 규정을 신설했다. 2017년 이사회 당시 여자부에서는 이 규정을 제외하기로 했지만,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 표준계약서 도입으로 똑같이 적용하기 시작했다.  

2018년에는 선수 권리 보호를 위한 결정도 있었다. 2018년 6월 이사회를 통해 FA 교섭기간을 변경했다. 당시 1차 원 소속 구단 협상·2차 타 구단 협상·3차 원 소속 구단 협상 순으로 진행됐지만, 사실상 사전 교섭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때문에 원 소속 구단, 타 구단의 교섭 기간을 분리하지 않고 FA 공시일로부터 2주간 모든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다만 그해 12월에는 ‘구단 선수 육성 및 운영 측면 고려’라는 명목 아래 FA 취득 기준이 매시즌 경기 25% 출전에서 40%로 상향 조정됐다. 

문제는 다가오는 2025-2026시즌까지 FA 보상 기준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B, C그룹의 선수들의 이동은 눈에 띄지만, 구단에서는 FA 예정인 선수를 쉽게 내주지 않기 위해 기본 연봉을 올려 A그룹에 맞추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올해도 남자부 FA 25명 중 A그룹 15명, B그룹 8명, C그룹 2명에 불과했다. 여자부에서도 FA 14명 가운데 A그룹에만 13명이 속했고, B그룹 선수 없이 C그룹 선수 1명만 나왔다. 

FA 이동이 활발하진 않았지만, 각 구단들의 입맛에 맞는 ‘사인 앤 트레이드’로 선수를 영입했다. 결국 선수는 스스로 내린 선택이 아니라 구단의 결정에 따라야만 했다. 

올해는 직전 시즌 정관장 소속으로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했던 베테랑 아웃사이드 히터 표승주가 FA 미계약자가 되면서 논란이 됐다. 1992년생 표승주는 1년 전 FA 이소영 보상선수로 정관장과 손을 잡았다. 2024-2025시즌 총 보수는 3억 원이었다. 당연히 A그룹에 속했다. 프로 데뷔 후 4번째 FA가 된 표승주를 A그룹 보상 규정에 따라 영입할 팀이 보이지 않았다. 표승주도 정관장에 ‘사인 앤 트레이드’를 요청했지만 불발됐다. 이후 구단과 선수 모두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FA 미계약자로 남았다. KOVO 자유계약선수관리 규정에 따르면, ‘미계약 FA선수는 해당 시즌에는 어느 구단과도 선수 계약을 체결할 수 없으나, 다음 시즌 FA 교섭 기간에 어느 구단과도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다’, ‘1년 후 타 구단과 선수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원 소속 구단에 대한 보상은 동일하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에 구애 받지 않는 자유 신분이 되려면 3년이 지나야 한다. 표승주는 긴 고민 끝에 현역 은퇴를 결심했다. 

올해 여자부 FA 최대어로 꼽혔던 이다현은 2019년 현대건설에 입단해 6시즌 내내 FA 충족 조건이 매 시즌 15경기 이상을 소화하면서 FA 신분을 얻었고, 흥국생명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현 V-리그 FA 제도에 대해 “현재 보상 제도로 인해 A, B, C그룹 선수 모두 움직일 수 없는 이유가 가득하다. 이렇게 되면 리그 흥미도 떨어진다. 개인적으로는 1년씩 계약을 맺으면서 자유계약선수가 된다면 더 재밌을 것 같다. 매번 팀이 달라질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안주하는 것도 덜하지 않을까. 그 팀에 가서 배구를 하려면 내 자리가 보장된 것이 아니니 더 노력할 것 같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왼쪽 아래부터 시계 방향으로 오해원 기자, 최천식 감독, 이영호 KOVO 사무국장, 이보미 기자./한국배구연맹(서울)=곽경훈 기자

첫 FA 자격 획득 기간이 길다?

최천식 : 프로 입단 후 첫 FA 자격을 얻는 기간을 줄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지금 대학생 신분으로 입단한 선수는 5시즌, 고졸 입단 선수는 6시즌을 채워야 한다. 3시즌으로 줄이고 두 번째 FA 자격을 얻는 기간을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FA 제도와 직업 선택 자유의 충돌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이영호 : 현재 즉시전력감의 신인 선수는 많지 않다. 최소 2년 정도는 팀에서 육성하려고 한다. 적정 기간이 필요하다고 해서 5시즌으로 산정을 했다. 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최천식 : 남자 선수들이 더 길어 보이는 이유가 있다. 바로 군 복무 때문이다. 우리카드 김지한은 2017년부터 V-리그에 뛰기 시작했지만 데뷔 후 4시즌 동안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벌써 8번째 시즌을 치르게 됐는데, FA가 되려면 3시즌을 더 충족해야 한다. 트레이드가 되면서 팀을 이적했으나 아직 FA를 한 번도 누리지 못했다. 김지한은 군 복무를 마쳤지만, 국군체육부대에서 군 복무를 하기 위해서는 27세 이전에 가야 한다. FA가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오해원 : FA 선수와 구단이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 기간은 3시즌 이내에서 자율적으로 정하게 돼 있다. 그래서 선수마다 계약 기간이 다르다. 그 계약 기간을 공개해야 한다. 리그 성장 속도에 비해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개선이 시급하다. 

우리카드 선수들이 득점 후 포효하고 있다./KOVO 공격을 시도하는 한국도로공사의 모마(오른쪽 98번)./KOVO

파격적이었던 FA 등급제, 보완이 필요하다

이영호 : FA 등급제를 남자부는 2016년, 여자부는 2017년에 도입을 결정했다. 2018-2019시즌부터 적용됐다. 전체 선수 연봉을 파악해서 그룹별로 나눴는데 전체적으로 보수가 올랐다. FA 등급제 도입 결정을 했을 당시만 해도 남자부 최고 연봉은 5억 원, 여자부 최고 연봉은 3억 원이었다. 올해는 남자부 12억 원, 여자부 8억 원이다. 남자부와 여자부 모두 대부분의 선수가 A그룹에 속한다. 그룹별 상한선 조정이 필요한 것은 맞다.

오해원 : FA 등급제 도입 이후 풍선 효과를 부추겼다. 그룹별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표승주 사례가 나온 것이다. 유럽축구에서 나온 ‘보스만룰’처럼 계약 기간 6개월 미만일 경우 자유롭게 협상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선수들에게 직업 선택의 자유를 더 부여할 수 있다. 또 세 번째 혹은 네 번째 FA 선수일 경우 보상 선수를 두지 않거나, 보상금을 낮추는 등 기준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같은 A그룹이더라도 20대, 30대 선수는 다르다. 표준 분포로 따지면 B, C그룹이 움직여야 리그도 건강해진다.

이영호 : 과거에는 C그룹의 선수 수가 더 많았다. 지금은 역전이 돼서 항아리 모양이 돼버렸다. 아무래도 보수가 높아져서 보상 금액까지 커졌다. 거품이 껴 있는 보수도 조정이 필요하다. 남자부는 향후 5시즌간 시즌별 2억 원씩 총 10억 원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2024-2025시즌 팀당 총 보수액이 58억1000만 원이었다. 2025-2026시즌부터 2억 원을 뺀 56억1000만 원이 적용된다. 2029-2030시즌에는 48억1000만 원으로 줄어든다.  

오해원 : 결국 선수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밑에서 올라오는 선수들에게도 좋다. 주전 싸움을 거쳐 치고 올라올 가능성을 높이자는 뜻이다. 지금 FA 제도는 V-리그 발목을 잡는 제도가 돼버렸다.

이영호 : 전반적으로 제도를 살펴보고 움직여야 한다. 보수를 축소하는 것은 단편적인 부분이다. 외국인 선수 운영, 2군 제도 등 나란히 발을 맞춰서 나가야 한다. 다각도로 살펴보고 개선을 하려고 한다.

오해원 : FA 제도로 인해 구단과 선수 모두 피해자라고 한다. 그러면 개선이 필요하다. 과거와 달리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으는 것은 아니다. 각 구단은 상황이 다르다. 좋은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의견을 낼 수밖에 없다. 개선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그 방향만 맞는다면 연맹이 밀고 가는 것도 필요하다. 연맹이 비전을 갖고 바꿔 나가겠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합의가 되는 과정이나 시간도 단축될 것으로 예상한다.

최천식 : 제도 개선 얘기가 나와서 덧붙이자면, 요즘 프로팀에서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을 선수가 없다는 말을 한다. 그동안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제도를 도입한 뒤 유소년 클럽 배구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엘리트 팀들에 대한 더 큰 투자도 필요하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가 논밭이라면, 여기가 잘 돼야 곡식이 풍성하게 올라온다. 구단, 연맹, 협회 등에서 엘리트 팀들 지원 강화에도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

오해원 : 추가로 여자 선수들은 고교 졸업 후 바로 사회로 진출을 한다. 사회화 교육이 필요하다. 어렸을 때부터 배구만 했기 때문에 대화의 기술, 협상의 기술을 알아야 한다. 훈련 외 교육을 받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선수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미성숙한 인격체를 성숙하게 만들어줄 책임도 있다.

이영호 : 각 구단에서 심리 치료나 미디어 대응 교육을 진행하곤 했는데, 향후에는 체계적으로 안정적인 프로그램 짜 보겠다.

오해원 : 지난 20년 동안 V-리그가 양적으로 성장했다면, 앞으로 20년은 질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지금 적용되고 있는 틀 중에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도 많다. 팬들은 기자, 연맹, 구단이 생각하는 것보다 앞서가고 있다. 왜 따라오지 않냐고 보고 있더라. 그 속도가 늦어지면 결국 팬들은 떠난다. 그 기준치에 맞춰서 변화해야 한다. 연맹이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 구단과 선수까지 모두가 제도 개선을 위해 발맞춰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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