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자 부산으로! OK저축은행의 새로운 여정,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들
김희수 기자
volonta@thevolleyball.kr | 2025-08-06 14:16:01
[더발리볼 = 김희수 기자] OK저축은행이 부산행에 나선다. 창단 이후 안산을 연고지로 삼아왔던 OK저축은행은 다가오는 2025-2026시즌부터 부산을 홈으로 쓰게 됐다. 급하게 결정한 사안은 아니다. 물밑 작업으로 차근차근 연고 이전을 추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적해 있는 과제들이 있다.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해야 성공적인 연고 이전을 완성한다.
이사회 무사통과 OK저축은행의 부산행은 시작됐다
OK저축은행의 연고 이전 논의는 6월 들어 본격적으로 공개 진행됐다. OK저축은행은 6월 12일 벌어진 한국배구연맹(KOVO) 실무위원회에 연고지 이전 관련 안건을 상정했고, 이후 6월 24일 이사회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본격적인 연고 이전에 나서기로 했다. 실무위원회 당시 구단 측은 “현재로선 안건 통과 가능성을 점칠 수 없다. 다만 우리는 통과된다는 생각으로 준비를 하고 있을 뿐이다. 대승적 차원에서 필요한 부분이라는 공감대는 내외부에서 형성되는 듯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이변은 없었다.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OK저축은행의 연고 이전 안건이 통과됐다. OK저축은행이 다가오는 시즌의 개막전을 부산에서 치르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할 수 있게 됐다.
이사회 이후 진행된 권철근 OK저축은행 단장의 브리핑으로 지금까지 연고 이전 추진 타임라인을 간략히 확인할 수 있었다. 권 단장은 2019년 8월 부산 썸머리그의 성황리 개최를 통해 부산시의 배구열기를 확인했고, 2020년 3월에 부산시배구협회와 최초의 연고 이전 논의를 개시했다. 이후 2022년 12월에 박형준 부산시장과 미팅을 가졌고, 2024년 8월에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개최해 본격 논의를 시작했고, 이후 올해 5월에 부산시와의 이전 관련 최종 의견을 조율한 뒤 이사회에 안건을 상정했다”고 그간의 타임라인을 소개했다. 부산으로 연고 이전이 갑자기 추진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이후 7월 14일, OK저축은행과 부산시가 부산시청에서 연고 협약을 체결하며 마침내 새로운 동반자로 거듭났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4대 프로스포츠 모든 구단을 유치한 도시가 되었다는 것에 대해서 부산 시민 모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번 이전은 배구 인프라 확대에도 큰 기여를 할 뿐만 아니라 부산시도 더 재밌고 명랑한 도시가 되는 데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홈경기장 운영을 비롯한 홍보, 마케팅 협력, 지역 연계 프로그램 등 OK저축은행이 잘 정착하고 성장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OK저축은행 최윤 회장은 “부산시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로 연고 이전이 이뤄지면서 프로배구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이뤄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러한 움직임 덕분에 프로배구 역시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연고 이전을 선택한 이유는?
OK저축은행이 부산행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구단 관계자는 지난 6월 11일 <더발리볼>과 통화에서 “지역 균형 발전과 배구 시장의 저변 확대라는 지방 연고 이전의 대의명분에는 많은 구단들이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선택을 쉽게 할 수 있는 팀은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해보기로 결정했다.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그러나 남자부의 막내 구단인 우리가 막내답게 리그 발전을 위한 도전을 해보자는 생각이었다”고 선택의 배경을 전했다. 외부에 공개된 연고 이전의 가장 큰 이유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V-리그는 14개 팀 중 9개 팀이 수도권 연고지 팀이었을 정도로 수도권 밀집 현상이 두드러지는 상황이었다. KOVO의 입장에서도 지역 균형 발전과 배구 저변 확대를 위한 OK저축은행의 선택이 반갑다. 부산시 또한 OK저축은행과 손을 잡을 만한 명분이 선다. 4대 프로스포츠(축구, 야구, 배구, 농구) 구단 중 배구단만 유치하지 못했던 부산시는 OK저축은행과 손잡으며 영남권 프로스포츠의 진정한 메카로 거듭날 수 있다. 구단 관계자 역시 “이전을 계획하며 느낀 것은 부산이 생각 이상으로 배구 열기가 뜨거운 도시였다는 것이다. 아마추어 팀들도 많고, 동호회 활동으로 배구를 즐기시는 분들도 꽤 계신다. 만약 연고 이전이 확정된다면 이분들과 함께 새로운 곳에서의 배구 열기를 더 키워갈 기회가 되는, 잘한 결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새로운 연고지 후보 부산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이사회 종료 후 브리핑 당시 잠시 마이크를 잡은 임성순 마케팅 팀장은 “배구 경기에서는 광고, 티켓, MD로 수익을 낼 수 있다. 부산시의 기업-단체-관공서 등을 통한 스폰서십 매출 향상을 기대하고 있고, 관중 수입에 있어서도 경기장 수용 인원이 늘어난 만큼 증가를 기대한다. 주말에는 4000석 이상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고, 평일 경기는 수도권 팬 여러분들의 방문도 원활할 수 있도록 투어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현재 우리카드와 현대캐피탈이 2000명대 후반의 평균 관중을 기록하고 있는데, 우리는 2000명대 후반~3000명 대 초반을 목표로 하고 있다. MD에서도 새로운 것들을 준비해보려고 한다”며 대략적인 마케팅 전략 및 목표 수치를 공개하기도 했다.
물론 외부에서는 다양한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진다. 허울 좋은 대의명분의 뒤에는 손해를 감수할 만한 별도의 이득이 존재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다. 그러나 OK저축은행은 선을 그었다. 구단 측은 “여러 가지 추측들이 오갈 것을 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말씀드린 대의명분이 우리가 연고 이전을 추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마음과 취지가 잘 전달됐으면 한다”고 진심을 내비쳤다. 현재로서는 OK저축은행이 별도의 이득을 뒤로 챙긴다는 근거는 전혀 없다. 그렇다면 그들이 밝힌 대의명분이 올바르게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배구인들 모두가 함께 상황을 체크하고 서로가 도울 일들은 도와야 할 때다.
홈구장 확보-개막전 개최는 OK 클럽하우스와 훈련장은 아직?
OK저축은행이 부산에서 홈구장으로 활용할 체육관은 강서체육공원체육관이다. 구단의 이미지를 잘 담을 수 있는 새로운 구장명이 생길 예정이다. 4189명을 수용할 수 있고, 사전 답사 결과 구체적 보수 계획을 잡아가고 있는 단계지만 시설 역시 이미 충분히 훌륭하다는 게 자체 분석이다. 구단 측은 2025-2026시즌 홈 개막전 개최 역시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이미 연고 이전을 구상하기 시작한 단계에서 제1목표를 차기 시즌의 무리 없는 진행으로 설정한 덕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접근성 문제 역시 예상보다는 심각하지 않다. 강서체육공원체육관은 부산역에서 16km(차량 27분), 김해국제공항에서 6km(차량 13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부산지하철 3호선 체육공원역에서는 400m(도보 11분) 거리다. 또한 경기장 아래쪽에서 신도시가 확장되고 있는 점도 향후 팬들의 접근성 향상 기대 요소다. 구단 역시 신도시와의 동반 성장 모델을 구상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완전한 연고 이전을 위해서는 선수들의 생활공간인 클럽하우스와 훈련장의 이전까지도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OK저축은행 측은 아직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연고 이전에 대한 소식이 처음 공개됐을 때부터 꾸준히 “클럽하우스와 훈련장 이전은 가장 후순위 논의 사항”이라고 밝혀 왔던 OK저축은행은 이사회 종료 후 진행된 브리핑에서도 “현재로서는 확정된 것이 없다. 부산시와 여러 안을 두고 고민 중이다. 2~3년 내에는 완전한 이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말만 남겼다.
협약식 체결을 마친 뒤, 구단 관계자가 재차 <더발리볼>에 최신 근황을 알렸다. 관계자는 “경기장의 경우 현재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 다만 가변석 확보나 시야 확보를 위한 구조물 조정 등의 추가적인 준비는 필요한 상태고 이 부분들은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시즌 전에 필요한 공사들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체육관 보수 근황을 소개했다. 클럽하우스와 훈련장 이전에 관해서는 “아직은 구체적인 논의가 없다. 이전 위치부터 비용 문제까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지금 단계에서는 기본적인 검토와 부산시와의 기초적인 협의 정도가 이뤄지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연고 이전에 대한 배구인들의 생각 그리고 OK저축은행의 답변
OK저축은행의 연고 이전은 이사회를 거쳐 모두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그러나 연고 이전에 동의한다고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더발리볼>은 배구인들의 연고 이전에 대한 생각과 OK저축은행 측의 답변을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배구인 A 우선 기존 연고인 안산과의 연계 활동이나 지역 마케팅을 많이 해온 팀인데도 연고 이전이 큰 잡음 없이 이뤄지는 부분이 놀랍다. 그간 차근차근 준비를 굉장히 잘해왔다고 느껴진다. 다만 원정 경기를 치르는 팀의 입장에서는 아마 예산 문제에 부딪히게 될 거다. 부산에 당일치기로 가는 건 쉽지 않을 테니 숙소를 잡아야 하는데, 부산은 워낙 멀어서 경기 당일에 내려가면 일정상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KB손해보험이 구미를 쓰던 시절에는 원정팀이 경기 전전날 내려가는 경우도 허다했다. 따라서 숙박비만으로도 경기당 수백만 원이 들 거다. 부산을 한 시즌에 최소 세 번 내려가게 될 테니 1000만 원이 넘는 예산을 새로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가 대의명분을 중심으로 하는 연고 이전을 반대할 명분은 당연히 될 수 없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될 것은 분명하다.
OK저축은행 우선 안산과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구단주 이하 경영진이 ‘안산에 누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 부분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뭔가 다른 방식이 있었을까, 혹은 외부의 압박 같은 것이 있었을까’라고 의심하는 분들도 계실 거라고 본다. 하지만 절대 그런 건 없다. 진심이 통했을 뿐이다. 안산시 쪽을 배려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투자했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했다. 이런 우리의 마음을 안산시도 이해해주신 것 같다. 깊게 들어가면 안산시와의 조율 과정에서 다양한 노력들이 있었지만, 그건 영업 비밀이다(웃음). 예산 문제의 경우 원정팀뿐만 아니라 우리도 문제긴 하다. 다만 개인적으론 그걸 부담스럽다고까지 느끼진 않는다. 당연히 추가 비용이 발생할 거다. 하지만 우리가 연고를 이전하는 목적과 취지를 고려했을 때 KOVO와 V-리그의 상품성을 확대할 수 있다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본다. 원정팀의 부담을 남의 일이라고 무시하는 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충분히 우리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배구 시장이 커지는 것이 결국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불편함을 겪으셔야 한다는 걸 알지만, 장기적으로 모두가 상생하는 길이 될 수 있음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배구인 B 우선 팬들에게는 잘된 일이다. 다만 생각보다 연고 이전으로 인해 대미지를 입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우선 원정 거리가 멀어진 남자부 6개 팀에는 당연히 부담이다. 홈팀인 OK저축은행도 피해가 있을 것은 마찬가지다. 클럽하우스와 훈련장이 부산으로 자리잡기 전까지는 사실상 모든 경기를 원정에서 치르는 셈이기 때문이다. 김해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많은 구성원들의 짐을 부치고 찾는 과정과 시간, 경기장 앞에서 내리는 버스와 달리 공항에서 별도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 등을 고려하면 편의성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결국 여러모로 지자체와 협력이 얼마나 받쳐주냐가 성공적인 연고 이전의 최대 관건일 것 같다. 생각보다 서로 ‘으쌰으쌰’해서 협력이 잘 되면 완전한 연고 이전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OK저축은행 우리 선수들 역시 시즌 초반에는 분명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장거리 원정 경험이 많지 않을 테니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진행 중이다. 교통수단은 아무래도 버스가 중심이 될 것 같긴 하다. 특히 평일 경기 후 올라가는 교통편으로는 KTX와 비행기가 시간의 제약을 많이 받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세 가지 교통수단을 상황에 맞게 고루 활용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지자체와 협력은 현재 상황이 상당히 만족스럽다. 부산시가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우리 구단뿐만 아니라 배구라는 종목 자체의 발전을 위해 많은 배려를 해주고, 연고 이전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서 부산 시민들이 배구를 신나게 즐길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있다. 우리가 진심인 만큼 부산시도 진심이라고 느껴진다. 부산시에 대한 불만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은 우리가 숨기기 때문이 아니라, 서로 정말 불만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
[ⓒ 더발리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