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했던 2025 실업대회, 어떤 의미가 있었나

심혜진 기자

cherub0327@thevolleyball.kr | 2025-08-01 10:54:39

2025 한국실업배구연맹&프로배구 퓨처스 챔프전 단양대회./KOVO

[더발리볼 = 심혜진 기자] 

2025 한국실업배구연맹&프로배구 퓨처스 챔프전 단양대회가 9일간의 열전 끝에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V-리그 14개 구단, 실업 8개 팀 등 총 22개 팀이 출전한 가운데 남자부에서는 현대캐피탈이, 여자부에서는 GS칼텍스가 나란히 7전 전승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실업팀과 프로팀 14개 구단의 2군급 선수들이 경기를 치렀다. 한국 배구의 미래를 확인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2군급 선수들 실전 속에서 성장 확인
이번 대회 최대 수확은 프로 구단 2군급 선수들의 실전 성장이다. 실업 강호들과 풀세트 접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선수들은 경기 운영 능력, 위기 대응, 팀 조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프로팀 코치들에게도 의미 있는 무대가 됐다. 기존의 감독들이 아닌 코치들이 이번 대회에서 감독 임무를 맡았기 때문이다. 

트레블(컵대회·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우승)에 이어 여름에도 우승컵을 들어 올린 현대캐피탈 박종영 코치는 “아무리 좋은 훈련을 하더라고 경기에 뛰지 못하면 효과가 떨어지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감이 생겼고, 계속 이기다 보니 선수들이 재미까지 느꼈던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GS칼텍스 우승을 이끈 박우철 코치는 “매 경기 힘든 경기를 했고, 빡빡한 일정 속에서 선수들이 힘을 내서 잘 해준 것 같다. 너무 고맙다”면서 “세터 (이)윤신이가 정말 잘해줬다. 코트에 들어가면 많이 떨 줄 알았는데, 떨지 않고 잘 하더라. 연습할 때보다 더 잘했다. 정말 괜찮은 경기를 했다”고 돌아봤다.

선수들의 반응도 좋다. 세터상을 수상한 현대캐피탈 이준협은 “작년부터 코트 위에서 뛰기 시작했는데, 그때는 형들이 옆에서 많이 도와주면서 좋은 경험을 쌓았다. 올해 비시즌에는 그동안 많이 못 뛰었던 선수들끼리 해외 초청대회도 다녀오면서 호흡을 맞췄다. 서로 기량 상승도 많이 됐고,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조직력이 올라온 상태로 임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대표팀 차출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진 IBK기업은행은 8명으로 선수단을 꾸려 이번 대회에 나섰다. 박은서, 최연진 세터 2명이 함께 뛰어야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결승행 티켓까지 따내는 이변을 연출했다. 팀을 지휘했던 여오현 코치는 프로 3년차 아웃사이드 히터 전수민의 해결사 면모에 박수를 보냈다. 여 코치는 “(전)수민이는 원래 공격력을 갖고 있는 선수다. 공격에서는 해줄 만큼 해줬고, 디펜스 부분에서도 후위에서 수비하는 것을 보고 한 단계 성장한 것을 느꼈다”며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이처럼 경기 감각이 부족했던 신진급 선수들이 이번 대회 출전으로 경기 운영 및 감각을 키운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현대캐피탈./KOVO

선수만이 아니다 코치들도 성장했다
이번 대회에서 눈길을 모은 부분은 감독이 아닌 코치들이 경기를 지휘했다는 점이다. 남자부 7개 팀 중에선 현대캐피탈 박종영 코치, 한국전력 강민웅 코치, OK저축은행 임동규 코치가 팀을 이끌었다. 여자부는 합의 하에 7개 팀 모두 코치가 작전판을 들었다. GS칼텍스 박우철 코치, IBK기업은행 여오현 코치, 정관장 이강주 코치, 페퍼저축은행 이용희 코치, 한국도로공사 김영래 코치, 현대건설 장영기 코치, 흥국생명 탄야마 요시아키 코치가 지휘봉을 잡았다.

현대캐피탈 박종영 코치는 “긴장이 많이 됐다. 서서 하다 보니깐 뒤쪽 벤치에서 주는 정보가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다. 리그에서는 제가 벤치에 앉아 있으니 감독님께 도움이 되는 정보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런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감사하다. 이번 경험으로 많은 걸 느꼈다”고 말했다.

정관장 이강주 코치는 “고희진 감독님은 부담 갖지 말고 늘 하던 대로 하라고 하셨다”면서 “그동안 감독님 옆에서 지켜만 봤는데 감독의 자리도 힘든 자리다. 이런 점을 알기에 시즌 때는 코치의 임무를 더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힘줘 말했다.

GS칼텍스 박우철 코치 역시 “감독 자리에 서 보니 역시 어깨가 무거웠다. 경기 중에 감독님을 바라보기도 했는데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좋은 경험을 했다. 아마추어 배구에서는 감독 경험을 했지만, 그것도 10년 전이다. 프로에서는 처음이다. 그만큼 부담감, 책임감도 느꼈다”며 소감을 전했다.

한국전력 강민웅 코치는 “코치 자리에서 경기를 보는 것과는 달랐다. 저의 표정과 제스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인지했다. 경기가 안 풀릴 때는 더 힘든 것 같다”면서 “권영민 감독님은 늘 코치들에게도 공부를 많이 하라고 하신다.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경기 중에 연습한 플레이가 나오지 않거나, 작전이 수행되지 않을 때 힘들었다. 감독님은 평소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했다”며 감독 데뷔전에서의 고충을 털어놨다.

지도자들에게도 성장할 기회가 필요하다. 이번 단양대회는 선수뿐만이 아니라 코치들에게도 성장의 무대가 됐다는 점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GS칼텍스./KOVO

시작은 했다 더 나은 대회를 위해서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까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해서 더 나은 대회 혹은 리그를 만들 필요가 있다. 삼성화재 임도헌 단장은 “선수들이 뛸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진 점은 정말 좋았다. 기량이 좋았던 선수를 재확인한 점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좋은 퍼포먼스를 보인 선수들도 발굴할 수 있어 뜻깊었다. 리그 후반기에 이런 선수들을 투입할 수 있다면 팀이 강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대한항공 이충희 사무국장은 “우리로서는 세터 (김)관우가 운영 부분에서 얼마나 성장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임)재영이는 3번 아웃사이드 히터로 성장할 수 있느냐를 봤다. 그런 부분을 볼 수 있었던 점에서 좋았던 대회였다”고 말했다. OK저축은행 권철근 단장은 “처음부터 2군 리그가 만들어지는 것에 대찬성이었다. 어렵게 이번 대회가 열렸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정말 좋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공통적으로 어린 선수들, 백업 선수들이 경기에 출전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 반겼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시작한 대회인만큼 아쉬운 목소리도 나왔다. 먼저 대회 시기에 대한 의문부호가 붙었다. 이번 대회는 대표팀 차출 시기와 겹친 데다 선수들의 몸이 만들어지지 않는 시기라 뛸 수 있는 자원이 적었다. 때문에 경기를 풀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은 팀이 꽤 많았다. 

이충희 사무국장은 “시즌 때 하면 어떨까 한다. 월요일에는 배구가 없다. 한 팀당 2경기씩, 12경기 정도 하면 좋을 것 같다. 각 구단의 훈련 시설들이 많이 모여있기 때문에, 한국배구연맹에서 수원 쪽에 경기장을 하나 잡아준다면 좋을 것 같다. 경기를 하고 다시 돌아가면 된다. 숙박비가 들지 않는다. 12경기를 하면 기록이 남을 것이고, 그 기록을 보고 작게나마 시상식까지 열린다면 선수들에게는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삼성화재 임도헌 단장의 이야기는 또 달랐다. 임 단장은 “이번 대회가 7월에 대회에 열렸다. 선수들이 휴가를 다녀온 뒤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라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시즌이 끝나고 4월에 했으면 좋겠다. 현대캐피탈이 필리핀(4월), 대만(6월)에 다녀오지 않았나. 그리고 단양 대회를 이어서 치렀다. 연속성 있게 단양 대회에 참가해 우승을 이뤘다. 4월이라면 어린 선수들의 몸이 만들어진 시기일 것이다. 선수들이 그대로 시즌을 마감하기보다는 경기에 뛰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OK저축은행 권철근 단장은 “컵대회 기간을 늘리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2025 한국실업배구연맹&프로배구 퓨처스 챔프전 단양대회./KOVO

대회 종료 후 한국배구연맹은 구단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KOVO 장경민 경기운영팀장은 “프로구단은 선수구성을 6월 30일자로 세팅이 됨에 따라 7월초의 대회 일정은 선수단 구성 및 선수의 몸 상태에 어려움이 있다고 본다. 차기년도에는 7월 중순 진행도 고려해 볼 생각이다. 또 4월 V-리그 종료 직후 개최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웜업 선수들의 경기력은 유지되고 본 대회로 신인 및 웜업 선수들의 경기력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이번 대회를 돌아보는 동시에 변화를 예고했다.

대회 개최 시기뿐만 아니라 기간도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이충희 사무국장은 “오전 9시에 첫 경기가 열렸다. 선수들이 말하기를, 학생 때도 첫 경기는 오전 10시에 했다고 하더라. 루틴이 맞지 않아 경기 진행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이런 부분들도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장경민 팀장 역시 “비주전 선수들에게 많은 경기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제공되지만, 빡빡한 경기 일정으로 부상의 위험성이 있을 수 있다. 하루 혹은 이틀 정도 대회 기간을 늘려서 선수들에게도 휴식을 보장하고,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는 일정도 고려해 보려 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를 진행하면서 연맹은 2군 리그를 향한 첫 발을 뗐다. 내년 시즌에는 어떤 모습의 대회가 열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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