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틸리카이넨과 석진욱, 그리고 ‘정식 감독’ 박철우...더욱 뜨거워질 사령탑 대결
이석희 기자
seri1966@thevolleyball.kr | 2026-04-28 20:28:50
[더발리볼 = 이석희 기자] 2025-2026시즌 V-리그 남녀부 사령탑 14명 중 시즌을 온전히 완주한 인물은 9명이다. 5개 팀이 시즌 중 감독 교체를 결단하면서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순위 싸움이 펼쳐졌다. 새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사령탑의 연이은 등장이 예고됐다. 변화가 필요한 각 팀들의 분주한 움직임 속에서 또 한 번의 불꽃 대결을 향한 기대감이 높아진다.
V-리그로 돌아온 토미 틸리카이넨과 석진욱
지난 시즌 김상우 감독과 이별하며 가장 먼저 감독 교체를 단행했던 삼성화재는 지난 3월 30일 틸리카이넨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1987년생으로 어린 나이부터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는 2021-2022시즌부터 네 시즌 동안 대한항공을 이끌며 이미 V-리그를 경험했다. 특히 첫 시즌부터 3회 연속 통합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하기도 했다. 2024-2025 시즌을 끝으로 대한항공을 떠났고, 폴란드 플러스리가 프로옉트 바르샤바를 한 시즌 지휘했다. 이후 삼성화재에 부임하며 두 시즌 만에 한국 무대로 돌아오게 됐다.
삼성화재는 틸리카이넨 감독 선임으로 반등을 꿈꾼다. 지난 시즌 최하위에 머물며 배구 명가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특히 한 시즌에 두 자릿수 연패를 두 번이나 할 정도로 위기가 계속됐다. 주장인 김우진과 김준우, 이우진 등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시즌을 치렀지만 한계가 보였다. 또한 외국인 선수 아히와 도산지도 기대만큼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봄 배구를 치른 게 8년 전인 2017-2018시즌이다. 챔피언결정전 최다 우승인 8회의 위엄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팀의 혁신을 이끌 지도자를 면밀하게 물색했고 최종적으로 틸리카이넨 감독과 2년 동안 손을 잡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삼성화재는 구단 출신 감독들을 선임하는 기조가 있었다. 팀의 정통성을 이어가려는 방향이었다. 하지만 틸리카이넨 감독 선임으로 이러한 모습도 과감하게 내려놓았다. 명가 재건을 향한 의지의 표현이다. 삼성화재 구단은 “틸리카이넨 감독은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현대 배구 트렌드에 최적화된 데이터 분석에 적합한 인물이다. 또한 젊은 선수들을 이끌 수 있는 소통 능력도 갖추고 있다”며 선임 이유를 밝혔다.
틸리카이넨 감독도 삼성화재 부임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삼성화재는 제가 기억하기로 강한 정신력과 서브를 갖추고 있는 팀이다. 새로운 도전이며 기회를 준 삼성화재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제가 원하는 콘셉트를 명확하게 선수들에게 공유를 해야 하며 이전과 다른 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공격적으로 강해지기 위한 방법을 준비하며 장기적으로는 트로피를 들어 올릴 것”이라며 목표도 밝혔다.
석진욱 감독도 복귀를 알렸다. 지난 시즌 봄 배구 진출에 실패한 한국전력은 권영민 감독과 계약이 만료되면서 새로운 사령탑을 찾았다. 그리그 석진욱 감독과 2년 계약을 체결했다. 석 감독은 선수 시절 1999년부터 2013년까지 삼성화재의 전성기를 함께 했다. 또한 국가대표로도 맹활약을 펼쳤다. 은퇴 후에는 OK저축은행 코치로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했다. 2019-2020시즌에는 OK저축은행의 2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2022-2023시즌을 끝으로는 배구 연수를 다니며 경험을 쌓았고 해설위원으로 현장을 계속해서 지켰다. 그리고 3년 만에 다시 코트로 돌아온다.
한국전력은 석 감독과 함께 세대교체에 나선다. 주전 선수들의 이름값은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다. 미들블로커 신영석은 여전히 중앙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자랑했고, 베테랑 아웃사이드 히터 서재덕과 리베로 정민수도 팀의 중심을 잡고 있다. 외국인 아포짓 스파이커 베논은 지난 시즌 862점으로 득점 1위에 올랐다. 상위권을 충분히 위협할 수 있는 멤버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노쇠화’를 향한 우려도 계속됐다. 시즌을 치를수록 체력적인 문제가 커지면서 마지막 순위 싸움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동시에 새롭게 팀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도 눈에 띄지 않았다. 아웃사이드 히터인 윤하준과 박승수 등은 몇 차례 기회를 받았으나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지 못했다. 또한 V-리그 남자부 역대 두 번째 고졸 얼리 드래프트 1순위로 한국전력에 합류하며 기대를 받았던 아웃사이드 히터 방강호도 13경기 7득점에 그쳤다. 신구조화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전력 구단은 “석 감독의 경험과 역량이 팀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차세대 주역을 육성하는 부분에서도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전력은 다가오는 시즌을 앞두고 많은 변화를 맞아야 한다. 세터 김주영과 리베로 김건희, 아포짓 스파이커 구교혁이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한다. 석 감독은 “두 번째 프로 감독인데 설레면서 기대도 된다. 그동안 준비를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배구에 디테일을 더해서 완성도 높은 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철우 매직’, 이제는 정식 감독으로 재현한다
2025-2026시즌 남자부 후반기의 아이콘은 박철우 감독 대행 체제의 우리카드였다. 우리카드는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이 팀을 떠난 뒤 당시 박철우 코치에게 대행 자리를 맡겼다. 박 대행은 2005년 V-리그 출범 원년 멤버로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 한국전력에서 뛰며 무려 19시즌을 보냈다. 현재 564경기 1945세트 6623점으로 현대캐피탈 레오에 이어 역대 통산 득점 2위에 올라 있는 레전드다. 2023-2024시즌을 끝으로 은퇴했고, 해설위원으로 한 시즌을 보낸 뒤 우리카드에 코치로 합류했다. 그만큼 우리카드의 박 대행 체제 변화를 파격적인 선택이었고, 신의 한 수가 됐다.
우리카드는 박 감독 대행 아래서 완벽하게 반등에 성공했다. 전반기 18경기 6승에 그쳤으나 박 대행이 맡은 뒤에는 18경기 14승 4패 승률 77.8%를 기록했다. 박 대행은 특유의 ‘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똘똘 뭉치게 만들었다. 배구의 기본을 지키면서 각자 해야 할 임무를 명확하게 인지시키며 안정감을 더했다. 또한 교체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시즌 초에 기회를 받지 못했던 이시몬, 한성정, 이승원 등을 과감하게 투입했고, 이들은 ‘게임 체인저’로 맹활약을 펼쳤다. 기적적으로 4위를 차지하며 준플레이오프 진출권을 획득해 목표로 했던 봄 배구 도전에 성공했다. KB손해보험을 준플레이오프에서 꺾고 현대캐피탈과 플레이오프 혈투를 치렀다. 비록 두 경기 모두 세트 스코어 2-0에서 역전패를 당하며 눈물을 흘렸으나 ‘박철우 매직’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우리카드는 곧장 박 대행을 제5대 감독을 선임했다. 감독 선임 발표 과정도 획기적이었다. 4월 11일 홈 경기장인 서울장충체육관에서 2025-2026시즌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팬미팅을 진행했다. 구단은 이날 행사에서 박 감독이 다음 시즌부터 팀을 이끈다고 공개했다. 현장을 찾은 팬들에게 가장 먼저 감독 선임 소식을 전하며 ‘팬 퍼스트’의 의미를 강조했다. 박 감독과 3년 계약을 체결한 우리카드 구단은 “어려운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팀을 이끈 성과를 인정했다. 형님 리더십을 바탕으로 팀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우리카드의 5대 감독이 된 만큼 우리카드가 어느 때보다 날아오르는 팀이 될 수 있도록 잘 이끌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감독 대행을 맡으면서 어려운 시즌이었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는데 이런 기대감과 부담감도 나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때보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고 팀이 더 성장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선수 시절 김호철 감독과 신치용 감독 등 거장들에게 지도를 받았다. 정식 감독은 처음이지만 그만큼 우리카드 내부에서도 박 감독의 경험과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박 감독은 “김호철 감독과 함께 하면서 이탈리아 스타일의 배구를 배웠다. 장인어른이자 선생님인 신치용 감독님과 함께 할 때는 분업과 시스템 배구에 대해 이해를 했다. 많은 감독님들을 거치면서 배운 게 많다는 걸 느꼈다. 파에스 감독에게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국내에도 좋은 지도자들이 많다. 젊은 지도자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고 충분히 경쟁력도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선후배들이 축하를 보내줬다. 국내 지도자들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항상 올바르고 솔선수범하는 훌륭한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우승을 넘어선 왕조의 목표도 밝혔다. “물론 우승이 목표지만 우리카드 왕조가 될 수 있는 팀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첫 번째도 팀워크, 두 번째도 팀워크다. 팀이 함께 하는 배구가 가장 좋은 전술이다. 그런 팀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김종민 감독 경질’ 혼란
김영래 감독 대행 체제 택한 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공사는 2025-2026시즌 정규리그 1위에 오르며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8년 만에 통합 우승 도전에 나선 가운데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김종민 감독의 경질 소식이 전해졌다. 김 감독은 2016년 한국도고공사에 부임해 무려 10년 동안 팀을 이끌었다. 2017-2018시즌 창단 첫 통합우승과 2022-2023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등의 공을 세운 인물이다. 지난 3월 31일자로 한국도로공사와 김종민 감독의 계약이 만료됐고, 한국도로공사는 돌연 이별을 택했다. 구단은 “A 코치에 대한 폭행 및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검찰이 약식기소 하는 불미스러운 사항이 있어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김 감독이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까지 참석을 했는데 경질을 한 선택에 비판이 전해졌다. 김 감독도 챔피언결정전까지는 팀을 이끌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한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했다.
챔피언결정전은 김영래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 체제로 이끌었지만, 혼란스러운 분위기는 잠재우지 못했다. 한국도로공사는 GS칼텍스와 챔피언결정전에서 3연패를 당하며 허무하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다음 시즌도 김 대행 체제로 치를 예정이다. 한국도로공사 구단은 “김영래 코치가 2026-2027시즌을 감독 대행으로 이끌 것이다. 정식 감독 여부는 새로운 구단주가 결정이 되면 추진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IBK기업은행은 일본 여자배구대표팀에서 굵직한 성과를 낸 마나베 마사요시 감독과 손을 잡았다. 2025-2026시즌 아쉽게 봄 배구 진출에 실패했던 IBK기업은행이 새 출발에 나섰다. 역시 일본 국가대표 미들블로커 출신인 흥국생명의 요시하라 도모코 감독과 사령탑 맞대결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각 팀들의 분주한 감독 선임 작업 속에서 남자부 KB손해보험은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시즌 중에 레오나르도 카르발류 감독이 팀을 떠났고 하현용 감독 대행이 팀을 이끌었다. KB손해보험은 하 대행의 정식 감독 승격과 함께 외부 인사 선임을 두고 결정을 내릴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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