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은 가족입니다!” 배수현X유보영의 열정으로, 노란 물결이 더욱 거세진다

김희수 기자

volonta@thevolleyball.kr | 2025-09-23 09:31:00

유보영-배수현 치어리더./송일섭 기자

[더발리볼 = 김희수 기자] 코트 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 그리고 그런 선수들을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팬들. V-리그를 프로 스포츠로서 존재할 수 있게 하는 주역들이다. 그리고 그 둘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응원단이다. 경기를 보는 것을 넘어 경기의 일부가 돼 선수들과 함께 뛰는 것을 추구하는 한국의 프로 스포츠 문화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적지 않다. 남자부 KB손해보험을 긴 시간 응원하며 의정부에 노란 물결을 일으켜온 두 치어리더, 배수현-유보영 치어리더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안녕하세요! 코트 밖에서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고 땀 흘리는 사람들을 조명하는 <OOTC> 코너의 첫 주인공으로 두 분을 모셨습니다. 첫 주자가 된 소감을 부탁드려요!
수현 - 이런 뜻깊은 인터뷰의 주인공이 돼서 너무 영광입니다! 저희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드릴 테니 재밌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보영-저도 너무 영광입니다. 저희가 첫 주자라니! 팬 여러분들에게 저희에 대해 알려드릴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밝게 웃는 것, 우리의 직업 정신
Q. 두 분이 치어리더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수현 – 저는 춤추는 걸 어릴 때부터 정말 좋아했어요. 그러다가 야구장에 아버지 손을 잡고 왔다가, 치어리더 언니를 보고 ‘나도 저렇게 춤을 추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주고 싶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실제로 치어리더의 길을 걷게 됐어요.
보영 - 저는 어릴 때 꿈이 가수였어요. 그렇게 예대까지 진학했죠. 이후에 ‘돈을 벌면서 내 재능도 살릴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를 찾다가 치어리더 일을 처음 시작하게 됐어요! 

Q. 그렇게 시작한 치어리더를 정말 하길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수현 - 관중 분들이 “오늘 치어리더들 응원 덕분에 스트레스 다 풀렸다, 공연 너무 멋있었다” 하는 이야기를 해주실 때 정말 행복해요. 또 “덕분에 이겼네!” 이런 말 들으면 진짜 기분이 최고죠. 내가 우리 팀의 승리에 기여할 수 있구나 하는 뿌듯함이 느껴져요.
보영 – 또 경기에서 지더라도, 저희 덕분에 에너지를 얻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행복해요. 경기 중에는 저희의 동작을 따라해 주시는 모습이나 저희를 보면서 웃어주시는 모습을 볼 때 큰 힘이 됩니다!

Q. 모든 직업에는 그 나름의 직업 정신이라는 게 있죠. 두 분이 생각하는 치어리더의 직업 정신이란 무엇일까요?
수현 - 이 일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는 걸 꼭 알아야 해요. 협동심이 정말 많이 필요해요. 저 혼자 잘해봤자 소용이 없어요. 동료들과 호흡이 정말 잘 맞아야 하죠. 또 종목에 대한 이해도가 필수예요. 저희는 댄서가 아니라 치어리더니까요. 또 수많은 관중들을 이끌 줄 아는 리더십도 필요하고요.
보영 – 언니가 앞에서 말을 너무 잘해버렸는데요(웃음)? 알짜배기는 이미 다 나와버렸네요. 제가 여기에 중요한 것 하나를 더하자면 스마일 포커페이스인 것 같아요.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내 몸이 아파도 꼭 웃어야 해요. 심지어 경기에서 지더라도 팬 여러분들을 위해 웃음을 전해드릴 수 있어야 해요.

Q. 그렇게 팬들을 위해 늘 웃음을 간직하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오히려 반대로 팬들이 치어리더들에게 에너지를 전해주는 순간도 맞이할 것 같습니다.
수현 – 맞아요! 저희도 사람인지라 여러모로 고비가 오는 순간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럴 때는 오히려 팬 여러분들이 저희에게 에너지를 주세요. 우리는 치어리더지만, 반대로 우리가 팬들로부터 에너지를 얻기도 한다는 걸 느끼게 되죠. 그렇게 서로에게 에너지를 주고받는 순간들이 지나가고 경기가 끝나면, 공허함이 느껴지기도 해요.
보영 – 그 공허함을 저도 느껴요. 엄청난 함성, 또 팬 여러분들과의 끝없는 호흡이 끝나고 집에 제가 혼자 남게 될 때는 이상한 기분이 들어요. 그럼에도 오늘 하루를 잘 끝낸 게 뿌듯하기도 하고요.

Q. 그 공허함을 견디고, 또 에너지를 충전해야 또 다음 경기에 나설 수 있죠. 에너지를 채우는 두 분의 방법이 있나요?
수현 – 저는 운동을 통해 충전하죠!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면서 직업적인 역량도 강화할 수 있어요. 제가 예전에 한 번 시범경기 때 스마트워치를 차고 한 경기를 소화해본 적이 있어요. 칼로리 소모가 경기당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서요. 그랬더니 900kcal가 빠지더라고요! 그 정도로 치어리딩이라는 게 에너지를 많이 소모해야 하는 일이랍니다. 운동을 통해 체력을 꾸준히 키워둬야 하는 거죠.
보영 – 저도 그렇게 해야 하는데(웃음), 저는 사실 먹는 걸로 에너지를 채워요(웃음). 제가 매운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경기가 끝나면 매콤한 음식을 조금이라도 꼭 챙겨먹습니다. 

유보영-배수현 치어리더./송일섭 기자

내가 바라는 마무리를 위해, 또 남은 20점을 위해
Q. 치어리더라는 직업의 입지와 인식이 예전보다 정말 좋아졌죠. 두 분 모두 이를 실감하고 있나요.
수현 - 저는 연차가 오래됐다 보니, 제가 처음 데뷔했을 때에 비해 지금의 환경이 정말 좋아졌다는 걸 느껴요. 조금만 늦게 태어날 걸 싶을 정도로요(웃음). 저도 힘닿는 순간까지는 정말 최선을 다해야겠다 싶고, 후배들이 지금 같은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보영 – 저도 실감해요. 주변에서 저를 알아봐주시는 분들도 늘어났고, 제 직업을 말할 때 “오 치어리더! 너무 멋있다!” 이렇게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늘어났어요. 그런 분들이 늘어난 게 너무 행복해요.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편견과 왜곡된 시선은 존재하고, 치어리더들은 이와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입장에 있기도 하죠.
보영 – 음, 사실 치어리더라는 직업을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늘어난 건 맞지만 그 정도가 스포츠의 인기가 올라가는 속도에 비례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해요. 치어리더들에 대한 대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저 저희가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수현 - 저희를 스포츠의 일부로, 경기에 꼭 필요한 존재로 봐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반대로 치어리더가 꼭 필요한 존재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해외의 예를 들면서요. 하지만 우리나라 프로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관람 문화보다 참여 문화의 색깔이 더 세다고 생각해서, 여전히 저희가 필요한 존재라고 믿어요. 그런 비판적인 시선들에 개별적인 반응을 보이기 보다는 저희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Q. 수현 치어리더는 업계 최고의 베테랑입니다. 그렇기에 베테랑 운동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끝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수현 - 맞아요. 은퇴에 대한 고민을 안 하는 건 아닙니다. ‘박수칠 때 떠나야 하나? 내가 내 욕심으로 후배들의 길을 막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도 저는 치어리더가 이 정도까지 오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고,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주변에서 도대체 언제까지 할 거냐고 물어보시면, 그냥 모르겠다고 하고 넘겨버려요(웃음). 또 저와 정말 가까운 지인들은 오히려 더 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라고 얘기해주시죠. 그런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저도 복합적인 감정이 들어요. 음, 사실 제가 30대 초반에 인터뷰했을 때는 40살까지 치어리더를 하는 게 꿈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지금 그 목표를 초과 달성해버려서 이제 목표를 어떻게 말해야 할지 두렵습니다(웃음). 짧게는 2~3년 정도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이고, 길게는 제가 원할 때 제 의지로 끝을 내고 싶은 마음입니다!

Q. 보영 치어리더도 이제는 중견급의 커리어를 갖게 됐죠. 처음 치어리더를 시작했을 때를 돌아보면 지금의 유보영은 꿈꿔왔던 바를 얼마나 이룬 것 같나요?
보영 – 음,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주자면 확실히 50점은 넘긴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반타작은 한 것 같은데요? 한 80점 정도 주고 싶어요! 아직 수현 언니 같은 진정한 프로가 되려면 좀 남은 것 같고요, 언니가 더 하시는 동안 보고 배우면서 100점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웃음). 지금 남아 있는 20점은 저보다도 저를 바라봐 주시는 팬 여러분들이 채워주셨으면 해요.

Q. 지금 치어리더 배수현과 유보영은 행복한 사람일까요?
수현 -  되게 철학적인 질문이네요(웃음). 저는 한 번도 이 일을 하면서 하기 싫다고 느껴본 적이 없어요. 익숙함에서 오는 행복이 정말 소중해요. 늘 서는 단상에 다시 한 번 설 때 드는 그 안정적인 행복이요. ‘와, 나 너무 행복해!’ 이런 극적인 감정을 느끼면서 일하는 건 아니지만, 언제나 기본 값처럼 나와 함께 하는 행복이 있다고 생각해요. 
보영 – 솔직히 이 직업이 안정적인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경제적인 부분도 그렇고, 일을 하는 방식이나 시간대도 일정하지 않죠. 그래서 공무원 같이 안정적인 일을 하는 제 친구들을 보면서 지난 시즌까지는 ‘이제 이 일을 그만해야 하나?’ 하는 고민도 깊었어요. 그런데 결국 치어리더라는 직업이 갈수록 더 좋아지는 것 같아서,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사실 미치겠어요(웃음). 하지만 분명 점점 이 일에 대한 자부심과 행복감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보다 조금이라도 더 커져가는 사이클 안에 제가 있는 것 같아요. 

KB손해보험은 우리의 가족 같은 팀!
Q. 수현 치어리더는 무려 구미 LIG 시절부터, 보영 치어리더도 2020년부터 KB손해보험을 꾸준히 응원해오고 있습니다. 두 분이 생각하는 KB손해보험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수현 - 전체적으로 친화력이 정말 좋은 팀이에요. 선수들-팬들-응원단이 모두 한 가족처럼 뭉쳐 있다는 느낌을 줘요. 구단에서 응원단을 워낙 잘 챙겨주시기도 해요. 다른 종목이나 다른 팀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친화력이죠.
보영 – 저는 늘 다른 사람들에게 KB손해보험을 가족이라고 말해요. 팬 여러분들이 쉴 때는 앉아 있으라고 의자를 따로 챙겨주시기도 하고, 구단에서도 저희를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는 편입니다. 응원할 때도 팬 여러분들이 늘 열심히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언제나 노란 물결이 가득한 경기장을 보면서 행복해요.

유보영-배수현 치어리더./송일섭 기자

Q. 아쉽게 챔프전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최근 몇 시즌을 돌아봤을 때 KB손해보험은 정말 성공적인 시즌을 치렀는데요.
보영 – 너무 벅찼어요. 맨날 하위권에 있던 KB손해보험이 순위표 최상단에 있었으니까요! 원래 저희가 맨날 ‘패배 요정’이었거든요(웃음). 정말 즐거운 시즌이었습니다. ‘경민불패’를 외쳤던 경민대 시절도 잊을 수 없어요. 매 순간 경기장을 가는 게 설레고 기대됐어요.
수현 – 우승까지 했다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텐데, 마무리 때문에 아쉬움도 좀 커요. 하지만 이제 임성진 선수도 왔고, 우리의 에이스 비예나도 잔류했으니 다음 시즌이 기대돼요!

Q. 두 분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KB손해보험의 응원가가 있나요?
수현 – 저는 비예나 응원가요(Ricky Astley – Together Forever)! 워낙 많이 부르게 되는 응원가라 익숙해서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보영 – 저는 황택의 선수의 응원가를 좋아해요(미국 민요 Oh my darling, Clementine). 응원가 동작도 멋있고, 기억에도 강렬하게 남는 노래라서요!

Q. 황택의 선수의 응원가는 두 분이 여름에 응원하는 SSG 랜더스 김창평 선수의 응원가와 같죠. 이런 식으로 야구-배구의 응원가가 겹치는 경우가 많은데요.
보영 – 저도 모르게 가끔 튀어나올 때가 실제로 있어요. 김창ㅍ…아 황택의(웃음)!
수현 - 일단 음악은 익숙한데, 동작이 달라요(웃음). 그리고 무엇보다 외쳐야 하는 선수의 이름이 달라요! 그래서 음악이 반갑긴 한데 정신은 완전히 붙잡고 있어야 해요(웃음). 배구랑 야구는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정해놓고 분리를 잘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Q. KB손해보험은 아직 V-리그 우승이 없죠. 만약 KB손해보험이 의정부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순간, 두 분이 함께한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수현 - 정말 엄청난 영광이죠. 구단의 역사에 저희가 함께 한다는 게요. 우승에 가장 공이 큰 분들은 당연히 선수 분들과 팬 여러분들일 거예요. 하지만 그 둘 사이를 이어주는 저희도 역사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정말 기대됩니다! 저희도 트로피 들어보고 싶어요!
보영 =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트로피에 뽀뽀 백 번! 확 몰래 제가 가져가버릴 거예요(웃음). 정말 꿈만 같을 것 같아요. 

Q.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오늘 인터뷰 어떠셨나요?
수현 – 보영이랑 인터뷰를 같이 하는 게 처음이라서 너무 좋았어요. 정말 재밌었어요! 함께 좋은 추억을 남긴 것 같습니다. 저희가 오늘 한 이야기들을 통해 팬 여러분들이 저희를 더 잘 알아주시고, 또 앞으로 저희를 더 반갑게 맞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보영 - <더발리볼>에 언니와 함께 저희의 흔적을 남길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어요. 나중에 돌아보면 정말 뿌듯할 것 같아요!

Q. 끝으로 곧 만나게 될 KB손해보험 팬 여러분들에게 인사를 전해주세요!
보영 – 이번 시즌은 지난 시즌의 좋은 기운을 이어가고 싶어요. 우리 꼭 우승해요! 2등 말고 1등! 무조건! 저희가 최선을 다해 선수 여러분들과 팬 여러분들에게 에너지를 드리겠습니다! 같이 행복한 순간을 맞아 봐요!
수현 –저희 정말 오랜만에 만나게 되는 거니까 더 많이 찾아와주세요!


글. 김희수 기자

사진. 송일섭 기자


(본 기사는 배구 전문 매거진 <더발리볼>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더발리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