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는 우리 삶의 전부" 한유미 한송이 자매의 배구인생

이보미 기자

bboo0om@thevolleyball.kr | 2025-11-13 15:29:06

한송이 SBS스포츠 해설위원과 한유미 페퍼저축은행 코치

[더발리볼 = 이보미 기자] <더발리볼>은 배구라는 세계에서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는 ‘배구로 묶인 가족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180cm가 넘는 아웃사이드 히터 배구 자매가 나란히 V-리그 무대를 밟았고, 현역 은퇴 이후에는 해설위원과 지도자로서 새 출발을 알렸다. 한유미 페퍼저축은행 코치와 한송이 SBS스포츠 해설위원의 이야기다. 

1982년생 ‘언니’ 한유미와 1984년생 ‘동생’ 한송이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배구공을 잡기 시작했다. 초중고 선후배이기도 하다. 배구 명문으로 알려진 성호초-수일여중-한일전산여고(현 한봄고)를 졸업했다. 비록 한유미가 2월생으로 학교에 일찍 진학하면서 나란히 한 팀에서 배구를 하지는 못했지만, 각각 실업 팀에 입단하면서 코트를 마주보고 서게 됐다. 

한유미는 1999년 실업 배구 시절 현대건설에 입단했다. 2011년 KGC인삼공사(현 정관장), 2014년 현대건설로 다시 복귀한 뒤 2017-2018시즌을 끝으로 선수 유니폼을 벗었다. 한송이는 2002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국도로공사 지명을 받았다. 이후 흥국생명, GS칼텍스, KGC인삼공사(현 정관장)에 차례대로 둥지를 틀었다. 2018-2019시즌에는 미들블로커로 포지션을 전향해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V-리그 원년인 2005시즌부터 출격해 무려 20시즌 동안 코트를 지켰다. 총 538경기 1948세트 출전, 5321득점을 기록하며 2024년 은퇴를 결정했다. 

인생 제 2막을 연 자매의 행보도 흥미롭다. 한유미는 2018년부터 KBSN스포츠 해설위원으로 새로운 출발을 알렸고, 올해는 페퍼저축은행 코치로 합류해 본격적으로 지도자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다. 한송이도 올해부터 SBS스포츠 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MBTI 상 T(사고형) 성향이 강한 ‘언니’와 F(감정형) 비율이 더 큰 ‘동생’이라 부딪치기도 했지만, 누구보다 서로의 고민에 대한 공감 능력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면서 30년이 넘는 배구 인생을 이어가고 있다. 

아버지의 뜻과는 다르게 시작된 
자매의 배구 인생

Q. 언니와 동생이 나란히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배구를 시작했네요. 
한유미 보통 정석대로 배운다고 한다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배구 선수로 뛰기 시작해요. 그 이전에는 공놀이 수준이고요. 송이도 그렇고 전형적인 코스로 배구를 배웠던 것 같아요. 사실 아빠는 둘 중에 한 명만 배구를 시키려고 하셨어요. 어찌됐든 부모님 키가 크셔서 우리도 키가 클 거라 예상을 하셨고, 아빠도 젊었을 때 취미로 배구랑 육상을 하셨대요. 그래서 아빠가 자체적으로 테스트를 실시했던 기억도 나요. 초등학생 때 복근 운동 내기를 시키거나 점프해서 천장에 닿기 등 여러 가지를 했던 것 같아요.  
한송이 어렸을 때 성향부터 달랐어요. 오히려 제가 밖에서 뛰어다니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고, 언니는 그 반대였죠. 
한유미 전 비교적 여성스러웠죠. 멋 부리는 걸 좋아해서 치마 입고 학교 가고 그랬어요(웃음). 어릴 때 꿈이 미용사였고요. 그러다가 학교 배구부에서 키가 큰 애들을 스카웃 하셨는데, 사실 제가 키가 큰 편은 아니었거든요. 초등학교 6학년 때 158cm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키가 클 것처럼 보이셨나 봐요. 그렇게 배구를 시작하게 됐죠. 처음에는 하기 싫었어요. 아빠도 그러면 그만두라고 말했는데 그 때 당시에는 선생님이 무서워서 계속 했던 것 같아요. 아빠도 중학교 들어갈 때 공부와 배구 중에 선택하라고 했어요. 배구를 계속 할 거면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해야 한다고 했어요. 초등학교 6학년 아이에게는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그냥 배구를 선택했던 거죠. 그리고 아빠와 약속을 꼭 지키고 싶었어요. 그렇게 버텼어요. 송이는 저 보러 체육관에 자주 오면서 자연스럽게 배구를 시작하게 됐고요.    
한송이 전 언니 따라서 배구를 시작을 했는데 배구가 제 삶의 전부가 됐죠. 언니도 마찬가지고요. 언니는 어렸을 때 체구도 작았는데 깡도 있어서 버텼던 것 같아요. 혼자 했으면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누군가 공감을 해주고, 아플 때 안아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어요. 부모님한테도 세세하게 말하는 편이 아닌데, 언니한테는 많이 털어놓을 수 있었어요. 언니 덕분에 힘든 선수 생활을 서로 의지하면서 잘했던 것 같아요. 

'배구 자매' 한유미-한송이 가족

Q. 배구 선수 한유미와 한송이는 어땠나요? 동생은 언니가 배구 선배라 든든했을 듯해요. 
한유미 중학교부터 아빠랑 약속을 하면서 배구 선수의 길을 계속 걷기로 했잖아요. 중간에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그냥 참고 계속 했어요. 그러면서 실력도 늘었던 것 같아요. 실업 팀 입단할 때부터 어느 팀에서 나를 데려가려고 한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욕심도 생겼어요. 
그리고 어렸을 때는 자매가 같이 배구를 한다는 게 동생 입장에서는 싫었을 것 같아요. ‘유미 동생’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닐 수밖에 없잖아요. 배구인 2세들도 그렇고요. 전 책임감이 더 컸던 것 같아요. 물론 다른 선수들에 비해 자유로운 영혼이었지만, 동생이 있어서 자제를 했던 것 같아요. 내가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 동생까지 욕을 먹게 되니까요. 그런 부분을 신경을 썼죠. 
한송이 실제로 어떤 잘못 때문에 나쁜 소리를 듣는 상황도 있었죠. 서로 조심했어야 했어요. 그러면서도 언니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죠. 언니가 하는 일들을 다 따라했어요. 그래도 언니가 뭔가 자제했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어요(웃음). 그렇게 말하기엔 언니는 진짜 하고 싶은 거 다 했거든요. 오히려 제가 더 참고 자제를 했죠. 언니는 운동하기 싫어서 짐 싸서 나가기도 했거든요(웃음). 그래도 언니는 배구에 대한 열정이 뛰어났어요. 승부욕도 강했고요. 배구에 늘 진심이었어요. 코트에 있을 때 누구보다 치열하게 열심히 싸웠던 모습이 제게는 감동이었어요. 지기 싫어서 악착같이 하는 모습이 멋있게 보였어요.    
한유미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송이가 그냥 아이로 보였거든요. 그런데 실업 팀에 들어간 뒤에는 아이가 아니더라고요. 그러면서도 걱정이 됐죠. 그 때만 해도 선후배 관계가 훨씬 보수적이었잖아요. 또 동생은 지금도 말랐는데 어렸을 때는 더 말랐고, 밥도 잘 안 먹고 아프기도 했어요. 그래서 더 신경 쓰였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서로 팀에 대한 얘기는 안했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그 때 당시에는 핸드폰을 널리 쓰던 시절도 아니라서 연락도 거의 못했어요(웃음).  

지도자 그리고 해설위원으로
인생 제2막을 열다

Q. 한송이 위원은 작년에 현역 은퇴를 했기에, 이미 ‘은퇴’를 겪은 언니의 조언이 힘이 됐을 듯합니다. 
한송이 작년에 은퇴를 하고 이제 팀이 아닌 그 밖으로 나왔을 때, 아무래도 결혼도 안 했기 때문에 혼자 있었는데 의지할 곳이 언니 밖에 없었어요. 언니도 이미 그 상황을 겪어봤으니 제가 처음에 팀을 나왔을 때 저를 육아하듯이 보듬어줬어요(웃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도 많이 해주고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자꾸 저를 불러서 같이 다니기도 했고요. 정말 많이 챙겨줬어요. 요즘에는 한 집에서 같이 살자고 하던데 대답도 안 했어요(웃음). 
한유미 두 명 모두 클럽팀, 대표팀에도 있어봤고 나름 선수로서 많은 것들을 이뤘잖아요. 그래서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송이도 잘 마무리 했으면 했어요. 아무래도 선수들은 전성기에 비해 기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어느 기준에 은퇴를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곤 해요. 그 지점을 찾는 게 중요해요. 송이한테도 2, 3년 전부터 은퇴 얘기를 했어요. 객관적으로 봐도 노련함은 있지만 움직임, 순발력은 떨어지는 게 보였거든요. 처음에 은퇴 얘기를 꺼냈을 당시에는 동생이 은퇴 후 대비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것 같아요. 

한송이 해설위원은 2023-2024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Q. 한유미 코치가 말했듯이 언니는 동생보다 T 성향이 강해 보여요. 
한유미 전 누가 봐도 T예요. 송이도 T가 섞인 것 같긴 한데 그 비중 자체가 달라요. 전 T 비중이 70~80%라면, 송이는 아무래도 저보다 F 비중이 더 높지 않을까요. 전 어릴 때도 T처럼 말을 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후배가 팀을 옮기게 된 상황이었는데,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적을 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거라 판단을 했거든요. 그런데 이 후배는 계속 울고 있어요. 그래도 얘기를 하죠. 이적하면 경기도 더 많이 뛰고 좋을 거라고요. 훈련할 때도 울면 방에 가서 울라고 했어요. 부모님도 T 성향이 강해요. 2년 전에 대한배구협회에서 ‘장한어버이상’을 받으셨어요. 엄청 감동을 받기 보다는 그냥 ‘상 받으러 오라는데 뭐 입고 가냐’ 그러고 끝이었어요(웃음).
한송이 언니가 현실적인 조언을 한다는 것 보다는 내가 원하는 조언이 아닌데 이미 결론을 내버려요. 가끔 듣기 싫을 때도 있죠. 그러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해요. 언니만의 위로라면 위로일 텐데 표현 방식이 저랑 안 맞죠(웃음).

Q. 한유미 코치는 2023년 대표팀 코치를 경험했고,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지도자로서 도전을 택했는데 그 시작은 어떤가요?
한유미 그동안 다양한 일을 했잖아요. 지금은 코치로서 오로지 팀을 위해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쉽지 않은데 그 각오를 하고 온 거니까요. 대표팀 코치와 클럽팀 코치는 또 다른 느낌이에요. 어찌됐든 팀에 최대한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려고 하고요. 장소연 감독님도 어려운 결정을 내리셨고, 그 결정이 후회되지 않게 만들려고 해요. 지금은 그 생각이 커요. 더 좋은 코치가 되기 위해서는 시간과 경험이 더 필요할 것 같고요. 지도자는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이라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아요. 

Q. 한송이 위원은 컵 대회에서 공식적으로 해설위원 데뷔를 했죠. 코트 밖에서 상황을 설명하는 일은 어떤가요?
한송이 작년부터 유소년 배구 코치로 가르치는 일을 하던 중에 SBS스포츠 연락을 받았어요. 해설위원 제안을 해주셔서 ‘좋습니다’라고 답했죠. 중간에 회사에 들어가서 연습도 했어요. 상황에 맞게 리허설도 했고요. 컵 대회 때도 긴장을 많이 했어요. 현장 중계는 처음이라 더 그랬던 것 같아요. 낯설기도 했고요. V-리그는 장기전이기도 하고, 홈&어웨이로 진행되는 거라 팬들의 응원도 더 뜨겁기 때문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준비를 했습니다. 

Q. 전 해설위원이 지켜본 한송이 위원은 어땠나요?
한유미 원래 말을 조리 있게 그리고 차분하게 말하는 스타일이라 잘 할 거라 생각했어요. 제가 처음에 해설위원 시작했을 때보다 훨씬 잘하던데요? 송이는 차근차근 준비를 잘 했더라고요. 저도 오프닝 멘트를 할 때는 이런 게 좋고, 아나운서님이 이런 질문을 자주 한다 등 알려주기도 했는데 SBS스포츠 해설위원 분들도 송이를 많이 도와주시는 것 같아요. 

한유미 페퍼저축은행 코치


Q. 언니처럼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목표도 갖고 있나요?
한송이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지금도 유소년 배구 지도를 하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지도자가 잘 맞는지 확신이 들지는 않더라고요. 지도자는 나중에 좋은 기회가 있거나 스스로 역량이 생긴다면 도전을 하겠지만, 아직은 부족한 것 같아요. 좀 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한유미 저를 옆에서 보고 힘들어하는 게 보이면 안 할 수도 있어요(웃음). 개인적으로 송이 성향을 봤을 때는 대학원 가서 공부도 더하고 교수가 되는 것도 좋을 것 같긴 해요. 선택은 동생이 하겠죠. 

Q. 자매가 나란히 30년이 넘는 배구 인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롱런 비결이 있을까요?
한유미 징그럽네요(웃음). 아까 말했듯이 송이가 있어서 더 책임감을 갖고 살아가려고 노력했고, 지금도 그러고 있어요. 
한송이 일단 언니랑 같이 배구 선수로 뛰어서 큰 도움이 됐고요. 지난 기억을 떠올리면 ‘프로에 가서 성공하겠다’ 혹은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목표를 두고 버틴 것도 있고요. 내가 시작하기로 했으니 그만두면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버텼던 것 같아요. 힘들었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한유미 페퍼저축은행 코치와 한송이 SBS스포츠 해설위원

Q. 마지막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동생 그리고 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한유미 처음에 은퇴하고 팀에서 나왔을 때 선수라면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그 시기를 비교적 빨리 극복했고, 뭐든 잘 할 거라 생각을 했어. 지금도 잘하고 있고! 서로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부터 내 길을 잘 찾아서 나아간다면 송이도 잘 따라올 거라 믿어! 
한송이 2025년부터 언니는 코치로, 난 해설위원으로 새롭게 살아가고 있는데 누구나 시행착오가 있잖아. 좋은 시간도 있겠지만 분명히 힘든 시간도 있을 텐데 모두 헛된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해. 이 조차도 잘 이겨낼 거라 생각하고, 늘 그래왔듯이 어떤 일을 하든 어디에 있든 항상 응원해! 그냥 잘 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 

글. 이보미 기자    
사진. 한국배구연맹, 본인 제공

(본 기사는 배구 전문 매거진 <더발리볼>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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