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맹과 협회의 활발해진 유소년 사업, 구단까지 연결돼야 완성된다[THE NEXT 20]
이보미 기자
bboo0om@thevolleyball.kr | 2026-01-13 11:11:43
[더발리볼 = 이보미 기자] 2005년부터 시작된 V-리그가 새로운 20년을 준비하고 있다. 더 나은 20년을 위해 V-리그가 마주한 과제들을 하나씩 짚어보고자 한다. <더발리볼>은 창간 기획으로 ‘THE NEXT 20’ 시리즈를 1년간 연재하며, V-리그 발전을 위한 12가지 핵심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첫 번째 이야기로 ‘2군 리그의 필요성과 현실’을, 두 번째로 ‘한국 남자배구의 중흥을 위한 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V-리그 FA 제도의 개선 방안’과 ‘V-리그 선수 연봉 구조와 시장 현실화 방안’, ‘심판 판정 시스템 진단 및 발전 방향’, ‘한국 여자배구의 활성화 방안’에 이어 ‘유소년 배구 현황과 과제’에 대해 다뤘다.
한국 유소년 배구 어디까지 왔나
유소년 배구는 한국 배구의 미래를 위한 투자다. 동시에 프로 리그와 대표팀 경쟁력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유소년 배구 저변이 넓어야 재능 있는 선수들도 자연스럽게 발굴되고, 참여 인구가 늘어날수록 그 가능성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인식 속에서 한국배구연맹(KOVO)과 대한배구협회도 유소년 선수 장기 육성 프로그램, 연령별 대표팀 운영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유소년 배구 활성화는 비단 선수 육성에만 그치지 않는다. 미래의 선수 뿐만 아니라 지도자, 심판, 나아가 ‘배구’를 애정하는 팬까지 길러낼 수 있다.
나무가 울창하게 자라서 숲을 이루려면 뿌리가 튼튼해야 한다. 유소년 배구가 중요한 이유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012년부터 KOVO 유소년 배구교실을 운영 중이다. 배구 저변 확대가 그 목적이다. 유소년 배구교실 대상 학교로 지정된 초등학교들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스포츠 클럽 중심의 배구 지도 사업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전국 단위 배구 대회 및 국제 교류전 등도 펼친다. 유소년 배구교실 수업에 참가하는 아이들이 스스로의 노력에 대한 결실을 맺을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한 셈이다. 아울러 배구 선수로 전향하고자 하는 아이들에게는 그 방향을 지도하고 인도하고 있다.
KOVO가 유소년 배구교실을 운영하는 목적은 다섯 가지다. 1. 배구 수업을 통해 팀워크, 사회성, 소통과 헌신 정신 등 인성 교육 실시 2. 아이들의 체력 증진 및 건강한 신체 성장 도모 3. 구단 연고지역 아이들과 학부모, 학교 관계자 배구 팬 확보 4. 배구 영재 조기 발굴 및 육성 5. 배구인 및 은퇴 배구 선수들의 일자리 창출 기여다.
2025년 3월부터 2026년 2월까지는 46개교를 대상으로 배구 수업이 벌어지고 있다. 배구 강사 역량 강화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사들을 대상으로 필기, 실기 교육을 실시하고 공개 수업을 하는 등 지도자 육성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연맹 외에도 프로 14개 구단이 별도로 유소년 클럽팀을 운영 중이다.
2025년에는 유소년 대회만 세 차례 개최됐다. 2024년부터 ‘구단 유소년 클럽 배구대회’가 시작되면서 대회 수가 늘었다. 이전에는 뜻이 맞는 구단끼리 V-리그 공식 경기 이전에 유소년 클럽팀 친선 경기를 치르는 경우도 있었다. 2024년부터는 구단 유소년 클럽팀들만 참가하는 대회를 신설했다. ‘GLOBAL KOVO’를 목표로 다양한 추진 과제를 발표했던 연맹은 이 대회를 통해 배구의 저변 확대와 유망선수 육성, 유소년 배구 클럽 문화 조성을 위한 초석을 다지고자 했다. 2025년에는 3월 8일과 9일, 2일간 제천에서 대회를 열었다. 총 40개 팀, 600여 명의 구단 유소년 배구 클럽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그 역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13세 이하 남자부에서는 의정부 KB손해보험이, 여자부에서는 목포 페퍼저축은행이 우승을 거머쥐었다. 천안 현대캐피탈과 대전 정관장이 각각 남녀부 준우승을 차지했다. 16세 이하부에서는 남자부 천안 현대캐피탈, 여자부 서대문 우리카드가 정상에 올랐다. 남자부 일산 KB손해보험과 여자부 인천 대한항공이 준우승을 차지했다.
2025년 8월에 열린 ‘2025 제천 전국 유소년 클럽 배구대회’는 규모가 더 컸다. 8월 6일부터 10일가지 5일 동안 펼쳐진 이 대회에서 중등부 27개 팀(남자 12팀과 여자 15팀), 초등부 53개 팀(3~4학년 혼성팀인 초등 중학년 22팀, 5~6학년의 초등 고학년 남자부 11팀과 여자부 20팀) 등 80개 팀, 1400명 이상이 대회에 참가했다.
2025년 12월에는 김천으로 향했다. ‘2025 김천 KOVO컵 유소년 배구대회’가 12월 6일부터 7일까지 열렸다. 전국 유소년 배구교실 초등학교 42개 팀이 참여해 갈고 닦은 실력을 선보였다. 그 결과, 초등부 중학년에서는 남양주 별가람초, 고학년에서는 남자부 광주 어등초와 여자부 김천 금릉초가 우승을 거머쥐었다. 대회 MVP는 중학년에서 김시현(남양주 별가람초), 고학년 남자부 김수로(광주 어등초), 여자부 안민하(김천 금릉초)가 차지하면서 그동안 흘린 땀과 노력의 결실을 수확했다.
이렇게 유소년 대회는 2013년부터 시작해 매년 동‧하계에 걸쳐 전국 유소년 선수들이 실력을 뽐낼 수 있는 장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연맹 관계자는 “유소년 선수들이 꿈을 키우고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대회를 발전시켜 나가겠다”며 “앞으로도 한국 배구의 많은 유망주를 발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유소년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유소년 배구교실 강사 중에는 V-리그까지 경험한 선수 출신인 주예나, 정대영 강사도 있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들에게는 은퇴 후 지도자로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다. 이제 지도자로서 선수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더 큰 기쁨을 얻는다.
대한배구협회의 유소년 사업도 주목
대한배구협회도 최근 들어 유소년 발굴 및 육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U16 대표팀 운영으로 성과까지 얻었다. 협회는 2025년 5월 U16 대표팀 국가대표 선발 트라이아웃을 열었다. 연맹과 마찬가지로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지원을 받아 실시된 사업이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행된 연령별 국가대표 선발전이었다. 이번 트라이아웃은 퍼포먼스 측정, 면접 평가, 훈련 평가, 모의 경기 등 4개 영역의 종합 평가로 진행됐다. 전문 업체가 선수들의 기량을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U16 국가대표 지도자와 경기력향상위원회가 직접 평가하는 모의 경기 등으로 선수들의 잠재력을 다각도로 평가하고자 했다. 이는 공정하고 투명한 선수 선발을 위해서였다. 협회 관계자는 “이번 U16 국가대표 트라이아웃은 한국 배구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인재 발굴의 중요한 출발점이다”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선발 시스템을 구축해 우수한 유망주들을 조기에 발굴하고 육성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 수확도 컸다. 2023년부터 U16 아시아선수권 대회가 시작된 가운데 한국은 2025년 처음으로 대회에 참가했다. 이승여 감독이 이끈 U16 여자배구대표팀은 단번에 아시아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협회는 해외 교류에도 적극적이다. 2023년 항저우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유소년 글로벌 인재 육성 사업을 시작했다. 2023년에는 종별선수권 개인상 수상자들을 아시안게임에 파견해 해외 경험의 장을 열었다. 2024년에는 일본배구협회와 협업해 선발 선수들을 일본 국가대표 선수촌에 파견한 바 있다. 일본 연령별 국가대표 감독의 직접 지도를 받는 기회를 얻었다. U16 아시아선수권 우승 멤버인 ‘리틀 김연경’ 손서연과 세터 이서인 등도 일본에 다녀온 바 있다. 실제로 일본 배구 문화를 경험하고 돌아온 ‘케냐 소녀’ 박믿음 등은 훈련 전 일본 선수들의 디테일한 스트레칭에 감탄을 자아낸 바 있다. 한국과 달리 부상 방지에 철저하게 대비하는 일본 선수들을 옆에서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은 셈이다. 그렇게 시야를 넓히며 선수로서 몸 관리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2025년에는 배구 강국 이탈리아로 떠났다. 2010년부터 2012년 사이에 출생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지원을 받았고, 1차 서류 심사와 2차 실기 평가를 실시해 최종 합격자를 가렸다. 2025년 U16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들이 대거 포함됐다. 여기에 선발된 선수들은 12월 12일부터 22일까지 이탈리아 몬차에 머물렀다. 이탈리아 세리에A1 베로 발리 유소년 팀과 합동 훈련 및 친선 경기를 치렀고, 이탈리아 1부리그 경기까지 관람했다. 성인 남자배구대표팀의 이사나예 라미레스 감독, 박미희 여자경기력향상이사와 최태웅 남자경기력향상이사 등도 동행했다. 더군다나 이탈리아 1부리그 몬차 여자배구 팀에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의 도쿄올림픽 4강 신화를 함께 쓴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도 있다. 한국과의 만남에 반가움을 표한 라바리니 감독이다.
초·중·고등학교 스포츠클럽 및 유소년 배구클럽 저변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25년 디비전리그로 역사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전국 12개 지역에서 참가하는 이번 리그는 단순한 대회를 넘어 유소년 선수들의 성장과 화합의 장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협회는 “한국 배구의 새로운 미래를 열고 있다”고 자평했다. 대전봉우중 배구부 우보아 감독은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기적이었던 학생들이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며 하나가 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며 “평소 페인트 수비에 약했던 저희 팀 학생들이 공을 놓치지 않으려는 끈기 있는 모습들을 보여주어 놀랍고 기뻤다”고 말했다.
유·청소년 선수들은 디비전리그에 참가로 공식 6인제 배구 경기를 경험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처음 6인제 경기에 참여한 팀들의 적응 속도가 눈에 띈다. 서서울생활과학고 여자배구부 주장 배다윤과 이주현은 “6인제 경기가 처음이라 어색했지만, 나중에는 적응이 돼 재미있게 임했다”며 “다음에 기회가 또 생긴다면 꼭 참여해보고 싶다”고 밝혀 리그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리그의 원활한 진행을 책임지는 심판진 역시 디비전리그의 성공적인 안착에 기여하고 있다. 김선주 심판은 리그를 진행하면서 인상 깊었던 점으로 유소년 선수들의 높은 적응력과 열정을 꼽았다. 그는 “처음 하는 6인제 배구임에도 학생들이 빠르게 적응해가며 랠리가 이어지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며 “양손이 아닌 다른 신체 부위로도 공을 받으려는 열정이 느껴졌다”고 했다. 다만, 일부 유청소년 선수들의 낮은 규칙 이해도로 인한 실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하며, “내년이나 추후 경기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보완되어 더 재미있고 좋은 경기가 펼쳐질 것이다”며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2025년 11월에는 획기적인 도전에도 나섰다. 유소년 엘리트와 클럽팀이 함께 겨루는 ‘2025 유소년 통합 배구 한마당’ 대회를 개최했다. 중등부 남자 12팀, 여자 12팀 총 24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엘리트팀은 4개가 포함됐다. 인창중과 연현중, 서울중앙여고와 세화여고가 출격해 이목이 집중됐다. 협회는 “현재 한국의 엘리트 배구는 대부분 학교 스포츠 시스템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선수 육성의 폭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반면 생활체육은 지역을 기반으로 활성화되어 누구나 배구를 접할 수 있는 넓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협회는 이 두 구조를 서로 연결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유소년들이 자연스럽게 배구에 참여하고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장기적 발전의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는?
한국배구연맹은 새로운 유소년 사업에 나섰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유소년 엘리트팀 해체 가속화에 따라 전문선수 발굴 및 육성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직접 엘리트팀 운영을 한다. 먼저 2026년 KOVO U12 창단을 목표로 세웠다. 엘리트팀 운영으로 유망주 조기 발굴 및 우수선수 육성을 실현하고자 한다. 대상은 초등학생 2~4학년에 재학 중인 남녀 학생이다. 2025년 7월에는 KOVO U12 남녀부 감독을 공개 모집으로 선발했다. 남자팀은 최석기 감독이 이끈다. 최 감독은 2008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전력과 대한항공, 우리카드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이후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열었다. 우리카드 유소년 코치를 역임했고, KOVO 해외 지도자 연수 대상자로 뽑혀 일본 SV.리그 훗카이도 옐로우스타즈에서 한 시즌 동안 코치 경험을 쌓았다. 여자 팀은 문용관 감독이 맡는다. 문 감독은 인하대 감독을 시작으로 국가대표와 청소년 대표팀 코치, 2005년부터 2008년까지는 대한항공 지휘봉을 잡았다. 2013년부터 3년 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감독으로 활약하는 등 지도자 경력이 풍부하다.
연맹은 “KOVO U12 남녀주 감독들은 포지션별 전문 교육이 가능한 프로 출신 코칭 스태프로 팀을 구성,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될 팀 창단 선수를 선발하기 위한 트라이아웃을 실시하는 등 유망주 및 우수자원 모집에 힘쓸 예정이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KOVO U12 팀은 10월 말 선수 구성까지 마친 뒤 훈련에 돌입했다.
프랑스에서도 2024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팀을 꾸려 자국 리그에 출전시키기도 했다. 획기적인 시도였다. 경험을 쌓은 선수들은 실제로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드러냈다. 베테랑 선수들과 신구 조화를 이루며 현재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랭킹 13위까지 올랐다.
연맹 출신의 엘리트 팀 운영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이렇게 연맹과 협회가 투 트랙으로 유소년 클럽, 엘리트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 배구의 위기 속에서 두 단체의 행보는 매우 긍정적이다. 이제는 각각의 노력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협력이 필요하다. 정보 공유와 역할 조율로 보다 효율적인 육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목표는 같다. 유소년 배구의 저변을 확대하고, 경쟁력 있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두 단체 모두 클럽과 엘리트팀 활성화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클럽에서 배구를 접한 선수들이 엘리트 시스템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겪는 현실적 장벽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그 연결고리가 충분히 마련되지 못한 탓에, 유소년 배구 사업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예를 들어 알음알음 스카우트되는 방식이 아니라 공개 테스트, 트라이아웃 등 체계적인 선수 선발 루트가 마련돼야 한다. 엘리트팀으로 진입한 이후에도 선수들이 보다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는 단계별 커리큘럼이 필요하다. 제도적으로는 엘리트팀 진입시 학교 전학 등 현실적인 어려움도 여전히 남아있다. 지도자 육성과 일관된 지도 체계 구축 역시 병행돼야 한다.
아울러 연맹과 협회의 역할만큼이나 구단의 책임도 중요하다. 물론 현재도 구단별로 유소년 클럽팀이 운영되고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육성된 선수들은 결국 각 구단이 직접 책임지고 길러내야 할 자산이다. K리그의 성공 사례에서 보듯, 구단 역시 궁극적으로 연령별 유스팀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운영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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