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핫’ 한 2026년 배구 이야기가 쏟아진다
최병진 기자
cbj0929@thevolleyball.kr | 2026-01-02 10:47:03
[더발리볼 = 최병진 기자] 2026년은 ‘붉은말의 해’, 일명 병오년(丙午年)이다. 불의 기운이 강해지는 만큼 새로운 에너지와 강한 도전 정신으로 가득한 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도 커진다. 배구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해 동안 코트를 뜨겁게 달굴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다. 슈퍼스타 김연경의 은퇴 이후 한국 여자 배구에 등장한 ‘희망’과 남자 배구대표팀의 성장, 그리고 V-리그의 변화까지. 새로운 한 해도 배구로 가득 채워진다.
‘리틀 김연경’ 손서연의 등장
이제 시선은 ‘세계선수권’으로
이승여 금천중학교 감독이 이끈 16세 이하(U16) 여자 배구대표팀은 2025년 11월 요르단 암만에서 펼쳐진 U16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일본과 대만을 차례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한국 여자 배구가 우승의 순간을 누린 건 1980년 이후 무려 45년 만이다.
한국 여자 배구는 2020년 도쿄 올림픽 4강 신화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배구 여제’ 김연경의 은퇴 이후 경쟁력 하락에 대한 우려는 현실이 됐다. V-리그에서의 높아진 연봉과 달리 선수 개개인의 실력은 발전이 더뎠고 국가대표팀의 ‘방향성’도 사라지면서 세계 무대와 격차는 더욱 커졌다. 여자 대표팀은 2025년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최하위(18위)로 퇴출이라는 처참한 상황까지 직면했다.
위기감이 계속해서 높아진 가운데 U16 대표팀의 아시아선수권 우승은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그 중심에는 손서연(경해여중)이 있다. 아웃사이드 히터 손서연은 181cm의 신장을 바탕으로 타점 높은 공격과 강한 서브를 갖췄다. 블로킹 높이가 뛰어나며 기본기도 좋다. 김연경의 뒤를 이을 차세대 공격수로 주목을 받고 있다. 손서연은 주장으로 U16 대표팀을 이끌었고 대회 중 141점을 올렸다. MVP와 아웃사이드 히터상도 손서연의 차지였다. 손서연과 함께 세터 이서인(경해여중)의 활약도 뛰어났다. 이서인은 177cm로 세터로서 좋은 키를 갖추고 있으며 정교한 토스가 강점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안정적인 볼 배급으로 우승의 숨은 주역이었다. 또한 문티아라와 장수인(이상 경남여중), 이다연(중앙여중) 등의 등장도 기대를 모으게 했다.
한국 여자배구는 2026년 8월 칠레에서 열리는 FIVB 17세 이하(U17)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권까지 획득했다. 아시아선수권 상위 4개 팀에 출전권이 주어졌다. U17 세계선수권은 새로운 황금세대로서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기대주들을 향한 여러 도움의 손길도 전해지고 있다. 대한배구협회는 U16 멤버를 포함해 유소년 선수들을 대상으로 ‘유소년 글로벌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들은 2025년 12월에 이탈리아 몬차에서 이탈리아 세리에A1 베로 발리 유소년 팀과 합동훈련을 하며 친선전을 치렀다. 이탈리아 1부리그 경기도 관람을 하면서 성장의 시간을 가졌다. 또한 김연경 재단은 손서연을 특별 장학생으로 선발했다. 김연경 재단은 제1기 배구 유소년 장학생으로 중등부 3명을 선발했고 문티아리와 장수인, 박믿음(천안봉서중)이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손서연이 추가됐다. 재단은 “손서연은 MVP를 수상하며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이는 재단이 추구하는 ‘노력과 성장 가능성’의 입증이며 성과를 격려하고 향후 발전을 지원하려 한다”고 밝히며 조력자로 나섰다. 김연경 또한 “수식어가 붙을 수 있는 선수가 나와서 좋다. 여자 배구뿐 아니라 남자 배구에서도 좋은 선수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선수들에게 계속 기회를 주고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응원을 보냈다.
손서연도 “관심과 기대감이 커졌는데 꽉 채울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운동을 해야 한다. 질 수도 있지라는 마음으로 대회에 나섰는데 우승을 했다. 더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한국 여자 배구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변화와 안정
아시안게임 명예 회복 나서는 국가대표팀
후배들의 성장과 함께 선배들도 명예 회복에 나선다. 2026년 9월 일본 나고야와 아이치에서 제20회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한국은 지난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좌절을 맛봤다. 여자 배구팀은 4강 진출에 실패했고 남자 대표팀도 12강에서 탈락했다. 남녀배구 사상 첫 ‘노메달’ 수모를 겪었다. 2026년에 이어지는 굵직한 국제 대회를 통해 상처 입은 자존심을 회복해야 한다.
여자 대표팀은 변화를 맞이했다. 2024년 3월부터 여자 대표팀을 이끌었던 페르난도 모랄레스(푸에르토리코) 감독이 2025년 9월을 끝으로 대표팀과 계약을 종료했다. 모랄레스 감독은 2025년 VNL에서 1승 11패로 최하위를 기록했고 대한배구협회 여자배구경기력향상위원회는 5명 전원 동의로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대한배구협회는 2025년 11월 여자배구대표팀 감독을 공개 모집하기로 했고 2026년 1월부터 후보들과 대면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여자대표팀은 2026년 새로운 사령탑과 함께 4차례 국제대회를 기다리고 있다. 2026년 6월 필리핀에서 열리는 아시아배구연맹(AVC) 네이션스컵 여자 대회에 출전하며, 8월과 9월에는 각각 2026 동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 2026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에 나선다. 그리고 아시안게임까지 이어진다.
남자 대표팀은 이사나예 라미레스(브라질) 감독 체제가 유지됐다. 라미레스 감독도 2024년 3월에 남자팀 지휘봉을 잡았다. 라미레스 감독의 지도 하에 남자 대표팀은 2024년 AVC 챌린지컵 3위에 올랐고 2025년 AVC 네이션스컵에선 4위를 기록했다. 11년 만에 출전한 FIVB 세계선수권에서는 프랑스, 아르헨티나, 핀란드에 모두 패하며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대한배구협회 남자경기력향상위원회는 2025년 9월 라미레스 감독에 대한 중간평가를 진행했다. 만족스러운 성과는 아니지만 대한배구협회는 라미레스 감독의 남은 계약 기간 1년을 유지하기로 했다. 대한배구협회는 “지난 2년간 체계적인 훈련과 시스템으로 세계선수권 출전을 이뤄냈다. 2026년 이어지는 국제 대회에서 연속성을 가져가기 위해 유임을 택했다”고 밝혔다. 라미레스호도 여자 대표팀과 마찬가지로 AVC 네이션스컵, 2026 동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대회, 2026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뒤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일본으로 향한다. 특히 아시아선수권대회는 202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는 만큼 사력을 다해야 한다.
V-리그 변화
아시아쿼터 자유계약제도로 시작된다
한국배구연맹은 2025년 6월 제21기 제7차 이사회에서 외국인 선수 및 아시아쿼터 자유계약제도 전환을 결정했다. 여자부는 2016년, 남자부는 2015년 이후 10여 년 만에 자유계약제도가 도입된다. 외국인 선수는 2027-2028시즌부터 시행이 되며 아시아쿼터는 그보다 빠른 2026-2027시즌부터 시작이 된다. 연봉 상한선도 결정됐다. 외국인 선수 남자부 1년 차는 40만 달러(약 5억5000만 원), 2년 차 이상은 55만 달러(약 7억6000만 원)며 여자부는 30만 달러(약 4억1000만 원)다. 아시아쿼터의 경우 남자부 1년 차는 12만 달러(약 1억7000만 원), 2년 차는 15만 달러(약 2억 원)다. 여자부는 1년 차 15만 달러(약 2억 원), 2년 차 17만 달러(약 2억5000만 원)로 정해졌다.
자유계약제도를 다시 도입하면서 페널티 규정도 새로 만들어졌다. 외국인 선수 및 아시아쿼터 선수 연봉이 초과되거나 계약상에 부정 행위가 적발되면, 해당 선수는 즉시 퇴출되며 구단은 차기 시즌 외국인 선수 및 아시아쿼터 보유권을 박탈 당하게 된다. 이는 과거 자유계약 시절부터 문제로 여겨졌던 웃돈을 주고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부정 행위를 막기 위해 내려진 조치다.
2023-2024시즌 아시아쿼터 도입 이후 아시아 국가 선수들의 역할은 외국인 선수 못지 않게 커졌다.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메가왓티 퍼티위(인도네시아). 메가는 지난 시즌까지 두 시즌 동안 정관장에서 뛰며 리그 최고 수준의 공격력을 자랑했다. 이번 시즌도 페퍼저축은행 소속의 일본 국가대표 미들블로커 시마무라와 현대건설의 아웃사이드 히터 자스티스, 그리고 남자부 KB손해보험 유니폼을 입고 있는 바레인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 야쿱 등이 주축 자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다만 아시아쿼터 도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선수 풀’은 금세 한계에 도달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얼굴보다는 V-리그를 뛰어본 유경험자를 선호하는 현상이 이어졌고 자연스레 트라이아웃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실력도 ‘하향 평준화’가 됐다. 외국인 선수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아시아쿼터 명단을 보고 “바꿀 선수가 없다”는 구단들의 하소연이 계속되는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으로 2025-2026시즌이 중반을 넘어서고 있지만 각 팀들은 벌써부터 다음 시즌에 영입할 아시아쿼터 선수를 물색하는 분위기다.
특히 V-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외국인 감독들은 자유계약제도가 도입되면서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선수를 데려올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각 팀의 전략과 선수 구성에 따라 필요한 스타일의 선수를 직접 택할 수 있어 전체적인 리그의 경쟁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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