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도 지금도, ‘문라이트’는 변함없이 환하게 빛난다 “공격이요? 우선 안 다치는 게 먼저입니다!”
춘천=김희수 기자
volonta@thevolleyball.kr | 2026-01-25 08:23:21
[더발리볼 = 춘천 김희수 기자] 반짝반짝 빛나는 ‘문라이트’가 여섯 번째 별들의 잔치에 나선다.
‘문라이트’ 문정원은 V-리그 올스타전의 단골손님 중 한 명이다. 이번 진에어 2025~2026 V-리그 올스타전이 문정원의 여섯 번째 올스타전이다. 팬들의 꾸준한 사랑 속에 별들의 잔치에 참여해 온 문정원은 아포짓으로 뛰던 시절 날카로운 서브로 서브 콘테스트에서 서브 퀸에 등극하기도 했다. 이제는 리베로로 자리를 바꾼 문정원은 리베로로는 처음으로 올스타전 무대에 선다.
24일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치러진 올스타전 사전행사에도 참여해 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문정원은 행사 종료 후 <마이데일리>와 만나 “2년 전에는 좀 더 얌전한 분위기에서 전야제를 즐겼는데, 오늘은 더 신나고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팬 여러분들과 함께한 날이었다. 내 옆자리에 앉으신 분이 내 팬이라서 더 좋았다”며 사전행사를 마친 소감을 먼저 전했다.
벌써 여섯 번째 올스타전에 나서는 문정원이다. 그는 “한 팀에 오래 있었기도 해서 그런지 팬 여러분들이 저를 많이 사랑해 주시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다. 비록 지금은 신인 리베로지만(웃음), 서브를 열심히 때릴 때는 그 모습도 사랑해 주셨다. 그렇게 저에게 보내주신 사랑 덕분에 올스타전에 여섯 번이나 올 수 있게 됐다. 올스타전은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무대라서 재밌다. 다른 팀 선수들과도 교류할 수 있어서 좋다”며 또 한 번 팬들이 사랑하는 별이 된 소감을 밝혔다.
올스타전 단골손님 문정원이지만, 세리머니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 문정원은 “이제는 리베로라 점수를 낼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일단 다치지 않고 신나게 즐겨보는 게 목표다. 뭘 하게 될진 모르겠지만, 최대한 즐겁게 해보겠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문정원이 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맞은편 테이블에서는 차지환과 이민규가 25일 본 경기에서 선보일 세리머니를 한창 연습 중이었다. 세리머니가 기대되는 동료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문정원은 그들을 가리키며 “저분들이 기대된다(웃음). 오히려 요즘은 남자부 선수들이 더 열심히 준비하시는 것 같다. 벌써 연습을 하고 계시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말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문정원은 25일에 본 경기 이상으로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무대에 하나 더 오른다. 바로 박경민-정민수-임명옥과 맞붙는 베스트 리베로 컨테스트다. 특히 V-리그 역사상 최강의 리시브 라인을 구축했던 옛 동료 임명옥과의 대결 구도가 팬들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문정원이 우승을 차지할 시 V-리그 역사상 최초로 서브 컨테스트와 리베로 컨테스트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해 보는 진기록을 달성한다.
그러나 정작 문정원은 “(임)명옥 언니는 너무 레전드라서, 언니랑 비교되는 구도가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다. 언니와 대등한 승부를 벌일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은 마음은 늘 있지만 말이다. 서브 퀸-리시브 퀸을 모두 차지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도 저한테는 부담”이라며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문정원은 그러면서 “하지만 이건 이벤트 매치니까, 함께 하게 될 팬분과 함께 재밌게 즐겨보겠다. 좋은 파트너를 뽑아야 할 텐데 걱정이다(웃음). 승부욕이 발동될지도 모른다. 제 리시브를 잘 못 받아주시면 바로 남 탓을 하겠다”며 장난스럽게 웃음을 터뜨렸다.
팬들이 기대하는 모습은 하나가 더 있다. 아포짓 시절 날카로운 서브와 재빠른 공격을 선보였던 문정원이 오랜만에 코트 위에서 볼을 때리는 모습이다. 문정원은 “그걸 기대하시는 분들이 좀 많긴 하다. 그런데 괜히 무리하다가 다칠 수도 있다. 우선 안 다치는 게 최우선이다. 몸을 잘 풀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겠다”며 신중하게 약간의 여지를 남겼다.
이후 문정원과 시즌, 그리고 리베로 문정원의 플레이에 대한 이야기도 짧게 나눴다. 리시브 1위를 질주 중인 문정원이지만, 늘 그랬듯 스스로의 플레이에 100% 만족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는 “기록이 많은 걸 말해주는 건 맞지만, 팀 스포츠인 배구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록보다도 팀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라고 생각한다. 아직 그 부분에서 나는 조금 부족한 리베로다. 범위가 겹치는 경우도 있고, 리시브 실패도 종종 나온다. 이런 것들을 최대한 안 하고 싶다. 찰나의 순간에 내가 해야 하는 것들을 더 잘하고 싶다”며 자신의 플레이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이처럼 문정원은 언제나 자신에게 조금은 박하다. 늘 스스로를 의심하고, 더 높은 곳을 갈구한다. 문정원은 “남들이 보기엔 ‘왜 이렇게 겸손을 떨까?’ 싶을 수도 있다. 김종민 감독님께서도 ‘잘하고 있는데 왜 자꾸 스스로 깎아내리냐’고 말씀해 주신 적이 있다”며 이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문정원은 “하지만 이게 그냥 내 성격이다. 기자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그럼에도 늘 나를 의심한다. 그 의심을 하는 이유는 내가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처음 배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 믿음과 의심은 변한 적이 없다. 이런 내 성격을 코치 선생님들이 걱정하시기도 하지만(웃음), 다행히 옆에서 (배)유나 언니나 (황)연주 언니가 잘하고 있다고 응원도 해주시고, 피드백도 아끼지 않으신다. 좋은 언니들 덕분에 스스로 하는 의심에 지치지 않고 더 좋은 리베로가 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수 있다”며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선 자신의 방식을 밝혔다.
그런 문정원도 잠시 과거를 돌아보더니 “이런 저도 스스로 정말 만족했던 순간이 배구하면서 딱 한 번 있었다.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을 때다(2022-2023시즌). 그때는 실수를 해도 마음이 괜찮았을 정도로 정말 재밌고 만족스럽게 배구를 했다”며 기적의 우승을 차지했던 시즌만큼은 스스로에게 만족했음을 털어놨다.
신나는 올스타전이 끝나면, 문정원은 또 한 번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있을 만한 해피엔딩을 만들기 위해 5-6라운드에 임한다. 문정원은 “우리가 항상 초반부는 어려워도 후반부에 좋은 경기를 했던 팀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초반부 페이스가 좋았기 때문에 오히려 후반부에 체력이나 집중력이 좀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있다. 이 부분에서 방심하지 않고 좋은 페이스를 잘 유지하고 싶다. 또 팀워크를 더 잘 다져서 전반기보다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여섯 번이나 올스타에 선정될 정도로 V-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지만, 여전히 스스로에게 의심을 거두지 않는 문정원이다. 그러나 아포짓 자리에서 볼을 때렸을 때도, 리베로 자리에서 볼을 받는 지금도 문라이트는 변함없이 반짝반짝 빛난다. 이 사실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번 올스타전에서도 어쩌면 부상의 위험 때문에 볼을 때릴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시절 최선을 다해 볼을 때리던 문정원이 뿜어내던 달빛은 모두의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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