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실망하고 있다” 21세 국가대표 세터 한태준은 왜 자책하고 있나
이보미 기자
bboo0om@thevolleyball.kr | 2025-11-23 00:02:10
[더발리볼 = 의정부 이보미 기자] 우리카드가 5연패 이후 2연승을 달렸다. 코트 위 분위기도 달라졌다.
우리카드는 22일 오후 경민대학교 기념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2라운드 KB손해보험 원정 경기에서 3-1(25-22, 25-22, 20-25, 25-19) 승리를 거뒀다. 개막 2연승 이후 5연패, 다시 2연승이다.
KB손해보험 주전 세터 황택의가 경기 도중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긴 했지만, 우리카드가 경기력에서 상대를 압도했다. 서브, 리시브, 공격에서 모두 우위를 점했다. 상대보다 10개나 더 많은 범실에도 승리한 이유다.
이날 아라우조는 블로킹 3개, 서브 3개를 포함해 30점을 올렸다. 공격 효율은 무려 50%였다. 왼손잡이 거포의 진가가 드러나고 있다. 알리는 서브 4개, 블로킹 1개를 성공시키며 22점을 선사했다. 리시브 효율도 40.62%로 안정적이었다. 김지한 공격력이 살아난 점도 고무적이다. 결정적인 순간 김지한까지 해결사로 나섰다. 이날 11점을 터뜨리며 팀 2연승을 도왔다.
우리카드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은 “물론 우리 서브가 좋았다. 경기 초반과 막판에 모두 잘 들어갔다”면서도 “제일 만족하는 점은 사이드아웃이다. 사이드아웃 성공률이 62%였다. 지금까지 가장 좋은 기록이다. 코트 위 6명 모두가 잘한 거다. 그리고 우리 블로킹-수비 시스템이 잘 작동됐다. 블로킹의 선택과 집중에 있어서 결과적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며 승리의 요인을 분석했다.
세터 한태준은 “우리는 사이드에 알리와 아라우조라는 강한 공격수가 있는 팀이다. 그래서 더욱 중앙을 활용하려고 했다. 그만큼 리시브가 잘 됐기 때문에 볼 배분을 할 수 있었다. 중앙에서 뚫어야 알리와 아라우조의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팀 승리에도 한태준의 표정은 어두웠다.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시즌 초반에는 대표팀에 차출된 선수들이 대부분 컨디션 난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세계선수권까지 마친 뒤 뒤늦게 시즌 대비에 나서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사령탑들은 “핑계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 영향이 적지 않다.
파에스 감독은 지난 14일 한국전력전이 끝난 뒤에도 한태준의 기복에 “아라우조는 이제 막 합류했기 때문에 호흡이 덜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알리 등 다른 공격수들과는 오랜 기간 함께 했다. 세터가 대화를 하든 조율을 하든 풀어나가야 한다"며 이례적으로 쓴 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한태준은 “시즌 시작하기 전에 주위에서도 그랬다. 대표팀에 길게 다녀오는데 괜찮겠냐고 하더라. 그 때까지만 해도 자신 있었다. 나이도 어리니깐 잘할 줄 알았다. 그런데 시즌 시작하고 나니 체력적인 부분,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또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서 스스로 실망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한태준은 승리를 하면서 극복하고자 한다. 그는 “아직은 실망하고 있지만 점차 이기면서 회복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04년생 세터의 어깨가 무겁다. 2022년 고교생 신분으로 V-리그 무대에 오른 한태준은 데뷔 시즌부터 18경기 45세트 출전 기록을 남겼다. 2023-2024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주전 세터로 자리를 잡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24년에는 성인 대표팀 부름을 받고 꿈을 이루기도 했다. 그렇게 쉼 없이 달렸다.
한태준은 어느덧 4번째 V-리그를 맞이했다. 2025-2026시즌 시작부터 부침을 겪고 있지만, 이겨내는 방법을 터득해가고 있다. 우리카드로서는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원 팀’의 힘이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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