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대실패’ 강점은 하나도 안 나오고 단점만 속출…지는 건 그럴 수 있다, 문제는 과정
인천=김희수 기자
volonta@thevolleyball.kr | 2026-01-05 07:07:39
[더발리볼 = 인천 김희수 기자] 결국 도박은 실패로 돌아갔다.
대한항공이 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치러진 진에어 2025~2026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현대캐피탈에 0-3(17-25, 14-25, 18-25)으로 완패했다. 충격적인 경기 내용이었다. 한 세트도 20점을 넘기지 못했고, 팀 공격 성공률은 34.07%까지 떨어지면서 완벽하게 힘에서 밀리는 경기를 치렀다.
이날 헤난 달 조토 감독은 파격적인 도박수를 던졌다. 정지석-임재영의 이탈로 아웃사이드 히터 쪽에 구멍이 크게 뚫린 상황에서, 카일 러셀(등록명 러셀)을 아웃사이드 히터로 돌리고 임동혁을 선발 아포짓으로 기용하는 ‘더블 해머’ 전략을 들고 나온 것.
의도 자체는 이해할 수 있었다. 현대캐피탈 같은 강팀을 상대로 정지석-임재영 없는 정공법은 통하지 않을 거라는 분석은 합리적이었다. 특히 사이드 블로킹에서 구멍이 뚫리면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와 허수봉이 퍼붓는 사이드 공격에 경기가 어려워질 것이 자명했고, 이를 극복할 방법으로 사이드 블로킹도 올리고 화력전에서도 맞불을 놓을 수 있는 러셀 OH 카드는 꽤 그럴듯하게 다가오는 도박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달랐다. 러셀이 리시브 라인에 서는 자체가 이 기대 요소들을 모두 잡아먹었다. 당연히 리시브에 자신이 없는 러셀은 본인의 리시브가 흔들린 것은 물론이고(리시브 효율 15.38%), 정한용과 료헤이 이가(등록명 료헤이)에게도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리시브 라인 전반에 지대한 악영향을 끼쳤다. 심지어 임동혁까지 리시브 라인에 가담시켜 4인 리시브를 구축해야 할 정도였다.
반대로 상대의 리시브 라인이 이미 그 자체로 불안하다는 걸 아는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서브에서 무리를 할 이유가 없어졌고, 이는 효과적인 서브 공략으로 이어졌다. 평소보다 힘을 빼고 코스 공략에 신경 쓰는 허수봉의 서브는 러셀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결국 양 팀의 리시브 효율은 13% 이상 벌어졌다(26.15%-39.53%).
러셀의 레프트 블로킹도 애매했다. 왼쪽에서 막아야 하는 주 공격수인 신호진과의 높이 차이가 상당했지만, 적절한 코스 방어에 실패하면서 킬 블록을 하나도 잡아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리시브에서는 예상대로 약점이 노골적으로 노출됐고, 강점이 돼야 했던 서브 앤 블록에서도 크게 밀리면서(서브 득점 1-5, 블로킹 2-9, 유효 블록 10-13) 남는 게 없는 전략이 돼버린 더블 해머였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경기를 지더라도 더블 해머를 가동한 이상 한 번은 제대로 터져야 했던 임동혁 라이트-러셀 파이프 이지선다 경기 내내 한 번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러셀은 1세트 5-5에서 시도한 첫 파이프가 어긋난 뒤 리듬을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었고, 임동혁은 최근 좋지 않았던 공격 컨디션을 끝내 끌어올리지 못했다.
좋은 속공수들이 즐비한 대한항공은 파이프를 활용하기에 가장 최적화된 팀이고, 헤난 감독은 더블 해머를 가동하기 전부터 러셀의 파이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임동혁이 공격력을 끌어올려 블로커를 끌어당기기만 하면 이 파이프는 무조건 통할 수밖에 없는 무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라인업을 쓰는 궁극적인 이유라고까지 할 수 있는 러셀의 파이프가 한 번도 터지지 않은 것은 충격적인 결과였다. 리시브의 불안-임동혁의 부진-러셀의 흔들림이 합쳐져 최악의 결과물이 나온 셈이다.
도박을 하는 이유 자체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아직 정규시즌이 한창인 만큼 이 실패는 하나의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보여줘야 하는 것들을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한 것은 분명 문제였다. 질 때 지더라도, 해볼 건 해보고 졌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기에 이 패배는 더 씁쓸하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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