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실례했다, 힘들어도 내 자리는 책임지는 자리인데” 장소연 감독의 전하지 못한 진심

광주=김희수 기자

volonta@thevolleyball.kr | 2025-12-31 12:31:18

장소연 감독./KOVO

[더발리볼 = 광주 김희수 기자] 눈물로도 진심은 전해졌지만, 장소연 감독이 재차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페퍼저축은행이 30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치러진 진에어 2025~2026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경기에서 GS칼텍스를 3-1(21-25, 25-20, 25-16, 25-21)로 꺾고 2025년의 마지막 경기에서 연패를 끊었다. 조이 웨더링턴(등록명 조이)이 블로킹 6개 포함 32점을 퍼부으며 연패 탈출의 선봉장으로 나섰고, 박정아와 하혜진은 각각 블로킹 3개와 서브 득점 4개를 기록하며 지원 사격했다.

마침내 연패를 끊고 반등의 시작을 알린 뜻깊은 경기였지만, 승장 장소연 감독의 이야기는 아쉽게도 길게 들을 수가 없었다. 그간 극심한 마음고생에도 불구하고 내색하지 않고 버텨온 장 감독이 승장 인터뷰에서 북받친 감정으로 인해 “버텨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 정도만을 남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보였던 눈물만으로도 장 감독의 선수들과 팀에 대한 진심은 충분히 전해졌지만, 장 감독은 미처 전하지 못한 남은 진심을 전하기 위해 경기 다음 날인 31일 <마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 흔쾌히 응했다. 장 감독은 가장 먼저 “어제(30일)는 실례를 범했다. 사실 기자님들도 저도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는 것이지 않나. 물론 가끔은 언론을 포함한 외부의 비판이나 우려들이 저희를 더 어렵게 만들기도 하지만, 내 자리는 그런 걸 책임지는 자리이기도 하다”며 어제의 짧았던 인터뷰에 대한 사과를 전해왔다.

장 감독과 선수들./KOVO

이후 장 감독과 어제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눴다. 장 감독은 가장 먼저 지젤 실바(등록명 실바) 봉쇄라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 박정아에 대해 “서로 대화를 정말 많이 한다. 필요한 만큼 시간도 주려고 하고 있다. (박)정아가 경기 끝나고 한 방송사 인터뷰를 봤는데 공격을 까먹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어떻게든 이 친구가 회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고 한다”며 그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임을 밝혔다.

그러면서 장 감독은 “어제 경기 같은 경우 어떻게든 실바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정아를 맞춰가며 앞에 붙였다. 다른 게 잘 안 되는 와중에도 방어를 잘해줬다”며 박정아의 임무 수행 능력을 칭찬했다.

어제 경기에서 조이와 박정아, 하혜진 말고도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선수가 한 명 더 있었다. 바로 후위 강화 요원으로 투입되고 있는 루키 정솔민이다. 4세트 16-12에서 정솔민은 실바의 백어택 2개와 유서연의 퀵오픈까지 세 차례의 공격을 모조리 디그하며 홈팬들의 엄청난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심지어 이 세 차례의 디그는 모두 기록지에 엑설런트 디그로 찍혔을 정도로 퀄리티도 뛰어났다. 비록 랠리는 실점으로 끝났지만, 단 한 장면으로 괴물 같은 임팩트를 남기며 앞으로를 기대하게 만든 정솔민이었다.

장 감독은 “순발력과 반응 속도가 워낙 좋은 선수다. 프로에 오고 나서 쓰는 볼도 달라지고, 외국인 선수들을 처음 상대하다 보니 적응 시간이 좀 필요했을 뿐이다. 훈련을 통해 조금씩 좋아지는 게 느껴졌고, 분명 필요한 순간이 오겠다 싶어 준비를 시키고 있었다. 들어가서 제 역할을 해주는 걸 보고 역시 (정)솔민이는 앞으로도 활용 가능한 자원이겠다는 확신을 얻었다. 여건이 된다면 앞으로도 꾸준히 기회를 주고 싶다”며 맹활약을 펼친 정솔민을 치켜세웠다.

끝으로 장 감독은 힘든 시간 속에서도 변함없이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늘 감사하다. 페퍼저축은행의 성적이 그간 늘 좋지 않았기에 더 많은 마음고생을 하셨을 텐데도 꾸준히 응원을 보내주신 팬 여러분들이 있기에 선수들이 더 열심히 뛸 수 있었다. 결국 그 응원에 보답할 수 있는 길은 성적을 내는 것이다. 앞으로 최선을 다해 보답해 드리고 싶다”며 팬들을 위한 결의를 다졌다.

승리 후 기뻐하는 선수들./KOVO

어제 흘렸던 뜨거운 눈물에서도, 오늘 전화 너머로 전해진 목소리에서도 장 감독의 배구와 페퍼저축은행에 대한 진심은 넘실거렸다. 그 진심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2026년의 페퍼저축은행과 장 감독에게는 우는 날보다 웃는 날이 더 많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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