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에 만년 유망주 꼬리표 뗀 남자' 차지환의 진심, OK저축은행 에이스로 우뚝 서다

이정원 기자

2garden@thevolleyball.kr | 2026-01-08 12:11:56

[더발리볼 = 이정원 기자] 

“제게 배구는 소중합니다 그래서 간절합니다”

프로 데뷔 9년 만에 에이스가 된 남자가 있다. OK저축은행 차지환이다. 인하대 시절부터 한국 배구를 이끌 특급 유망주로 평가받았지만, 기대에 비해 성장세가 미비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르다. V-리그 최초 300승에 빛나는 명장 신영철 감독을 만나 그의 배구 인생은 확 달라졌다. 이제는 한 팀을 이끌 줄 아는 진정한 에이스가 되어가고 있다. 배구 인생 최고의 시간을 만들고 있는 차지환을 만나고 왔다. 늘 배구에 진심인 그와의 인터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색다른 인터뷰 재밌었습니다”라는 차지환의 배구 이야기, ‘Busan OK Savings Bank OKman’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돌아본다.

BUSAN 올 시즌을 앞두고 부산으로 연고지 이전을 했잖아요. 부산 강서실내체육관에서 부산 팬들과 만나고 있는데 어때요.

그동안 안산에서의 기억이 정말 좋았어요. 그래서 서운함도 있었죠. 그렇지만 부산에서 경기를 뛸 때 너무 뜨거운 응원을 보내주세요. 열기가 정말 다르더라고요. 우리 팀 선수들에게는 분명 긍정적인 요인이죠. 관중이 많잖아요. 선수들은 팬들이 많은 경기장에서 뛰면 재밌거든요. 그래서 앞으로의 배구가 더 기대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 천안유관순체육관에 가면 조금 위축되는 게 있었거든요. 경기력에 지장을 주면 안 되지만, 선수도 사람이니 경기력에 영향을 받을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OK저축은행이 그런 위치잖아요. 그래서 든든하고, 홈경기가 기다려져요. 물론 이동이 쉽지는 않지만 불만, 부정적인 생각은 없어요.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합니다.

UNLESS 만약 배구를 하지 않았다면 어떤 진로를 택했을까요.

제가 막 동기부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니에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데, 평범하게 대학 나와서 회사 다니지 않았을까요. (그럼 체육학과 갔을까요?) 제가 배구선수인데 운동을 싫어해요(웃음). 아내도 제가 운동선수라는 걸 까먹을 때가 있어요. 땀나는 거 싫어하고, 움직이는 거 별로 안 좋아하고요. 우스갯소리로 아내에게 ‘난 아르바이트하면서 평생 살아도 된다’라고 한 적도 있어요. 그래서 저에게는 지금의 배구가 소중한 거죠. 예전에는 배구를 못 그만둬서, 마지못해 했던 것 같아요. 그만둔다고 말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내성적인 성격이었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배구가 전부죠. 저에게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지 길을 제시해 준 게 배구입니다.

SIGN 내년 시즌이 끝나면 두 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데 그때도 OK저축은행에 남을 건가요.

지금 마음으로는 OK저축은행 원클럽맨의 길을 걷고 싶어요. 팀에 대한 애정이 있어요. 데뷔 팀이고, 형들과 추억도 많고요. 지금은 OK저축은행 원클럽맨이 저의 꿈인 것 같아요. 부산에서 은퇴하면 박수 받으며 떠날 수 있을 것 같아요.

ANSAN 안산이라는 도시도, 수많은 추억을 선물한 곳인 만큼 특별할 것 같은데요.

저의 신인 시절이 떠올라요. 그때는 배구를 잘 모르기도 했고, 뛴 경기가 기억에 안 날 정도로 정신이 없었어요. 그렇지만 팬 분들의 응원은 잊지 못하죠. 자신감이 없던 저에게 늘 ‘힘내라, 자신감 가져’라고 했던 말들이 큰 힘이었죠. 만약 잘했더라면 기억에 안 남았을 텐데, 못했으니까요(웃음). 그래서 팬들의 응원이 소중하고 힘이 됐던 것 같아요. 물론 성적이 좋지 않을 때에는 제가 셀 수 있을 정도로 팬들이 적게 들어온 적도 있거든요. 지금이랑은 완전히 반대죠. 그런 아픔들도 저에게는 소중하기에 안산이라는 도시는 특별해요.

NEW 매 시즌을 준비할 때마다 변화를 주는 걸로 알고 있어요. 2025-2026시즌 앞두고는 어떤 변화를 가져가려고 했나요.

과거에는 배구를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자신감도 결여된 상태였고요. 움츠려들거나, 자신감 없는 행동을 늘 했었죠. 그런데 올 시즌을 앞두고 감독님, 코치님들이 ‘네가 우리 팀 에이스인데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하셨어요. 그리고 감독님이 늘 말씀하시는 부분이 있잖아요. ‘팔 들고 간결하게’. 가장 어렵지만 꼭 해내야만 하는 숙제죠. 이걸 못하면 또 똑같은 시즌을 보내는 거잖아요. 고집하는 폼으로 8년을 보냈는데,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고요. 그래서 저에게는 변화가 필요했고, 감독님의 지도법이 딱 맞아요. 리시브도 마찬가지예요. 정확함보다는 부정확하더라도 어떻게든 받으려고 해요. 세터가 세팅만 할 수 있으면 됐다고 생각해요. 옛날에는 정확함, 완벽함을 추구하려다 보니 힘들었던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했죠. 단점을 보완하는 게 아니라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OK저축은행 OK저축은행은 지환 선수에게 어떤 팀인가요.

애정이죠(웃음). 다른 팀에 있는 저를 생각할 수 없어요. 정도 너무 많이 들었고요. 요즘 ‘OK저축은행 에이스 차지환’ 이 말을 들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더라고요. ‘이제는 내가 영향력이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고요. OK저축은행은 친정팀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어요. 제가 다른 팀으로 간다는 게 상상이 안 가요.

KOREA 국가대표팀에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은 없나요.

늘 대표팀에 뽑히고 싶어요. 작년 바레인에서 열렸던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지컵 대회 때 부상으로 못 뛰었어요. 국가대표로 경기를 뛰고,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은 건 제 가슴 안에 있는 마지막 숙제? 늘 대표팀에서 경기를 뛰는 게 소원이죠. 요즘 국제 대회 경기력이 나오지 않다 보니 걱정이 많잖아요. 제가 조금이나마 이바지할 수 있다면, 나라에서 불러 준다면 가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불러준다면 언제든 달려가겠습니다.

SHINYOUNGCHUL 신영철 감독님은 지환 선수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함께한 지 1년도 안 됐는데 색다른 방향을 제시해 주시는 것 같아요. 배구에 정답은 없잖아요. 그런데 늘 틀에 갇혀 있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사고를 넓혀 주셨고, 받아들여야 하는 자세를 알려주셨죠. 저의 장점을 살려주시고, 믿어주세요. 못해도 엉덩이 한 번 쳐주면 힘이 나더라고요. 감독님이 애정을 보여주시니까 보답하고 싶어요. 감독님과 함께 하는 생활이 재미있어요. 또 (전)광인이 형도 왔잖아요. 그래서 든든해요. 저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수 있는 센스가 있잖아요. 배울 부분이 많은 선배죠. 감독님이 훌륭한 라인업을 짜주시기에 제가 덕을 봅니다.

AMATEUR 배구선수 차지환의 아마추어 시절은 어땠나요.

키가 컸기에 유망주로 불리기는 했지만, 배구를 잘하고 싶은 욕심은 없었던 것 같아요. 수업 다 끝나고 친구들 집에 가는 거 보면 부러웠고, 또 학창 시절 추억이 없는 게 아쉬워요. 대학교 때도 그저 모든 게 부러웠고요. MT도 가본 적 없고, 운동만 했으니까요(웃음). 그래도 대학교 다닐 때 최천식 감독님을 만나 배구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계기를 만든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처음 배구를 시작했던 초등학교 4학년 때로 가보고 싶어요. 지금의 마음가짐으로 배구를 했다면 더 성숙하고, 더 일찍 철이 들었을 것 같아요.

V3 아직 OK저축은행에 와서 우승한 적이 없어요. 팀도 오랜 시간 우승을 못하고 있고요. 언제쯤 우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요.

배구선수로 뛰는 한 늘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사실 프로선수의 기량 차이는 크지 않아요. 그럼 실력 외에 운도 따라줘야 하고, 구단의 관심, 감독님의 전술, 선수들이 경기를 임하는 자세 등 모든 게 맞아야 해요. 단순히 열심히 한다고 해서 우승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우승 한 번도 하지 못하고 떠나는 선수가 얼마나 많아요. 만약 우승 한 번 못하고 떠나면 아쉬움이 클 것 같아요. 정말 챔프전 우승을 해보고 싶어요. 그런 꿈이 있기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IDOL 지환 선수가 뽑은 최고의 선수는 누구인가요.

저는 (부)용찬이 형이요. 같이 생활한 지 6~7년 정도 됐는데, 늘 한결같아요. 배구를 대하는 자세가 너무 좋아요. 함께 있으면서 배운 점도 많고, 용찬이 형이 주장하는 모습을 보면 ‘저게 주장이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악역도 자처하고, 당근도 주고요. 멋있는 형이에요.

NO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하면 안 되는 행동이 있다면요.

몸에 상할 만한 행동은 하지 않아요. 술 마시지 않고, 경기 전날 늦잠도 자지 않고요. 최상의 컨디션을 내기 위해서는 사소한 것도 되게 중요해요. 예전에는 신경도 안 썼어요. 루틴, 징크스를 믿지 않았죠. 근데 사람 마음이 간절해지니 작은 부분에도 의지하게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경기 잘 풀렸던 날 유니폼만 찾게 되고, 운동화 끈도 득점 많이 올린 날 어떻게 묶었는지 생각하게 되고요. 그렇게 해서라도 잘하고 싶어요(웃음).

GOAL 선수 차지환의 배구 인생에 있어 가장 큰 목표는 무엇인가요.

우승도 좋지만, 은퇴할 때 아쉬움은 남아도 후회는 안 남았으면 좋겠어요.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아요. 요즘에는 딸이 ‘아빠 정말 고생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선수 생활을 보내고 싶어요.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보내지 않으면 가족들에게 박수 받을 수 없잖아요. 우승, MVP가 아니라 가족들이 수고했다고 등을 두들겨 줄 수 있는 선수 생활을 보내고 싶어요. 그래서 경기를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더 잘할 순 없어’라는 생각이 들도록 노력해요.

SHOW 인생 경기는 언제인가요.

올 시즌 경기는 다 기억에 남아요. 하지만 인생 경기라고 할 만큼, 대단한 경기는 없었던 것 같아요. 이제 만들고 싶어요. 모든 일에 있어서 동기부여를 잃으면 나태해지고, 그럼 스스로를 몰아낼 수밖에 없죠. 아직 부족하고, 자만심을 가지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요. 만약 다음에 저를 만나 이 질문을 똑같이 하더라도 ‘아직 인생 경기 오지 않았습니다’라고 할 것 같아요. 더 노력해야죠.

BACK NUMBER 지금 8번을 달고 있는데 다른 번호 달고 싶은 생각은요.

등번호에 연연하지 않아요. 군 전역 후에 남은 번호 8번을 한 건데, 번호를 바꿀까 생각하다가도 8번이란 숫자 자체가 선수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번호는 아니에요. (문)성민(현대캐피탈 코치)이 형이 썼던 4번이나 15번, 세터들은 (한)선수(대한항공) 형의 2번을 달고 싶어 하고요. 사실 8번 하면 기억에 남는 선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제가 8번의 계보를 만들어보고 싶어요(웃음).

AWARD 받고 싶은 상이 있을까요.

모든 상이 욕심나죠. 아직 상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라운드 MVP는 물론 트리플크라운도 해본 적이 없고요. 그래도 최고의 영광이라면 정규리그 MVP잖아요. 개인 성적뿐만 아니라 팀 성적도 바쳐줘야 하니까요. 그게 최고의 영광 아닐까요.

NICKNAME 평소 동료나 친구들이 부르는 별명이 있나요.

요즘은 북방코끼리물범 닮았다고 하더라고요. 옛날에는 영화 ‘해바라기’에서 김래원 배우가 연기했던 오태식을 딴 ‘차태식’으로 불렸어요. 대학교 때 잘하다가, 프로에서는 못했는데 가끔 잘하면 형들이 ‘차태식이 돌아왔구나’라고 했어요(웃음). 아직도 OK형님들은 ‘태식이, 태식이’라고 해요. 애정이 있으니까 별명도 부르는 거겠죠. 북방코끼리물범이든 태식이든 다 좋아요.

KEY 올 시즌은 물론 향후 OK저축은행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키플레이어는 누구라고 생각해요.

저를 제외하면, (박)창성이요. 창성이가 우리 팀 주전 미들블로커로 이름을 올리는데, 주전 라인업의 막내예요. 형들은 경기를 풀어나가는 노하우가 있잖아요. 하지만 창성이는 아직 어려요. 잘할 때는 잘하는데, 못할 때는 무너지는 경향이 있어요. 잘하는 선수인 건 분명해요. 그러나 감정이나 생각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창성이는 제가 제일 사랑하는 동생이에요(웃음).

OFFER 지환 선수에게 누군가를 영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누구를 영입하고 싶나요.

저는 선수 형이요. 은퇴하기 전에 선수 형이 올린 공 한 번 때려보고 싶어요. 대표팀에서도 맞춘 적이 없거든요. 대한민국 최고의 세터 공을 때려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선수 형 올리는 걸 보면 가끔 뭐에 홀려 올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올려요. ‘어떻게 여기서 저런 토스를 하지’라는 생각이 많이 들죠. 선수형 가장 큰 무기는 자기 색깔을 가지고 자기 배구를 한다는 점이에요. 그게 진짜 어렵거든요. 성적이나 위치에 대한 압박감이 있을 텐데, 자기 배구를 한다는 게 부럽고 멋있어요.

KIND 팬들에게 정말 다정하고 친절한 선수로 유명합니다. 지환 선수에게 팬들은 어떤 존재인가요.

팬이 없으면 프로가 아니죠. 누구에게나 시간은 소중합니다. 그 소중한 시간을 내서 경기를 보러 와주시기에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해드리고 싶어요. 배구가 재밌어서 오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저에게 사인을 받고 싶어 하거나 사진을 찍고 싶어 오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래서 저는 단 한 번도 사인이나 사진 요청을 거절한 적이 없어요. 제가 어린 친구들에게는 꿈이 될 수도 있고, 저를 보며 꿈을 키울 수도 있고요. 그래서 모든 팬들에게 감사해요. 프로 선수가 팬들에게 소홀히 한다는 건 아쉬운 마음가짐이죠. (기억에 남는 팬 있나요?) 모든 팬이 기억에 남아요. 예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차지환 파이팅’이라는 말을 들으면 힘이 나요’라고 했는데, 그 이후 제 서브 차례마다 ‘차지환 파이팅’이라고 외치는 팬이 계세요. 순수하게 응원해 주시는 그 마음에 감사하죠.

MARRIAGE 2021년에 결혼을 했고 2024년 첫째 딸이 태어났어요. 가족들 보면 늘 힘이 날 듯합니다.

처음에 와이프랑 결혼했을 때는 저의 삶을 되돌아봤던 것 같아요. ‘난 성숙한가? 부끄럽지 않았나?’라는 말을 하며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딸이 태어난 후에는 ‘그동안 난 나에게 최선을 다했나’라고 질문을 던진 적이 있어요. 딸이 나중에 결혼한다면 ‘남편은 아빠 같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러려면 제가 더 성실해야 되고, 최선을 다해야죠. 복잡한 감정이 들어요(웃음). 그리고 요즘은 시즌 중이라 많이 못 보잖아요. 그래서 볼 때마다 눈물 나고, 짠해요. 그러니 배구를 더 이 악물고 해야죠. 아빠도 잘 못 보는데, 배구도 못하면 할 말이 없어져요. 아내와 딸은 저에게 큰 원동력입니다. (예전에 아내가 해준 김치찌개를 먹고 힘을 낸다고 했는데, 요즘은 어떤 음식을 먹고 힘을 냅니까?) 요즘에는 딸 밥 때문에 제 밥은 잘 안 해주는데요(웃음). 사실 아내의 모습을 보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 같은 놈한테 시집와서 고생 많다’라고 말한 적도 있고요. 잘해주려고 해요. 그리고 딸을 낳아 보니, 와이프도 누군가의 딸이잖아요. 내가 와이프를 사랑하지 않으면 장인어른의 딸이 사랑받지 못하는 거니까 그 마음을 떠올리며 더 잘하려고 해요.

ACE OK저축은행 에이스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더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요.

에이스는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인 것 같아요. 경기에서 퍼포먼스로 보여줘야 하고, 훈련할 때도 믿음을 줘야죠. 훈련을 설렁설렁하면 선수들에게 믿음을 받을 수 없잖아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자기만 잘하면 안 됩니다. 어떨 때는 선수들도 챙겨야 하고요. 그래서 퍼포먼스 외적으로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힘들어하는 선수가 있으면 파이팅을 외칠 줄도 알아야 하고요. 그리고 코트에 오르면 선후배는 없습니다. 동생이 형에게 쓴소리를 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봐요. 냉정해야죠. 저도 팀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나가야죠. 코트 위에는 6명이 있지만 그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후보 선수들부터 시작해 선수들의 가족, 구단주님, 프런트, 팬들까지. 무게감, 책임감이 있어야 해요. 안일한 마음으로 있는 선수는 나와야죠. 에이스란 이 모든 걸 이끌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NAME 마지막 질문입니다. 배구선수 차지환은 훗날 팬들에게 어떻게 기억이 되고 싶나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열심히 했던 선수요. 배구에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던 선수로 남고 싶어요. 공격 성공률, 득점에 크게 미련 갖지 않으려 해요. 준비 과정에서 얼마만큼 최선을 다했고, 얼마나 진지한 마음으로 임했고, 또 동료들에게 박수를 받을 활약을 했는지에 대해 생각해요. ‘너 왜 그렇게 해’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1점. 1점 최선을 다하라’라는 말이 와 닿아요. 잘하는 선수보다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 차지환이 미처 전하지 못한 진심

이번 인터뷰는 그동안의 인터뷰와 색달라 재밌었습니다. 요즘에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세요. 만년 유망주 드디어 터졌다! 저의 재능은 키도 아니고, 배구 센스가 남들보다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의 장점은 간절함인 것 같아요. 간절하게, 꾸준하게 배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더 내몰았던 것 같아요. 늘 만족하지 않으려고 했고 남들보다 뛰어난 배구 실력은 없어도 열심히 하려고 했죠. 물론 그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겠죠. 한 가지 확실한 건, 전 대단한 선수가 아닙니다. 대단한 동료들, 대단한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대단한 구단을 만나 운이 따르고 있는 거죠. 그 운은 절대 그냥 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 남자배구가 힘들다고 하잖아요. 이겨내려면 선수들이 바뀌어야죠. 협회, 구단에서 해주는 게 아니잖아요. 선수들이 배구에 열정적이고 진심을 담아서 배구를 하다 보면 결과는 따라올 거라 생각합니다. 주제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저 대한민국 배구가 잘 되길 바라는 한 명의 배구 선수로서 바람이에요. 프로 배구 발전을 원하는 선수라면 배구를 단순히 일이나 스포츠로 생각하지 말고 진정성을 가지고 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더 좋은 퀄리티의 배구를 보여줄 수 있고, 더 좋은 리그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모두가 빛을 볼 수 있잖아요. 모든 선수가 간절함을 잃지 않고, 팬들에게 좋은 배구를 보여드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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