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건 어떻게든 메워도, 하이 볼 + 블로킹은 안 된다…정지석 이탈 난기류 맞은 대한항공, 심지어 임재영마저?

김희수 기자

volonta@thevolleyball.kr | 2025-12-29 11:08:17

정지석./KOVO

[더발리볼 = 김희수 기자] 뎁스의 대한항공조차 메울 수 없는 거대한 공백이 발생했다.

순조롭게 1위를 지키던 대한항공이 대형 악재를 맞이했다. 캡틴 정지석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것. 정지석은 훈련 과정에서 미니게임을 하던 도중 발목에 부상을 입었고, 우측 발목 인대 손상 진단을 받았다. 정확한 복귀 시기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지만, 약 8주 정도 내외의 공백이 예상된다.

대한항공으로서는 엄청난 전력 손실이다. 정지석은 이번 시즌 그야말로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었다. 서브-리시브-수비종합-공격종합-퀵오픈-오픈공격-서브-블로킹까지 사실상 세트를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최상위권 지표를 찍고 있던 정지석이다. 뎁스의 팀으로 정평이 난 대한항공이 아닌 다른 팀이라면 애초에 이탈과 동시에 시즌 플랜이 붕괴됐을 정도의 존재감이다.

정지석의 포효./KOVO

그러나 뎁스의 팀 대한항공조차도 이 공백은 온전히 메우기가 버겁다. 정지석의 빈자리에 나설 수 있는 아웃사이드 히터로는 임재영‧곽승석‧김선호‧서현일 정도가 있다. 어느 팀에 가든 준주전급 이상으로 활약할 수 있는 수준급 자원들임은 분명하다.

임재영은 서브와 공격에 강점이 있다. 곽승석은 베테랑의 노련함과 타고난 수비 센스가 무기다. 김선호는 리시브 위주의 안정적인 플레이가 가능한 카드고, 서현일은 공격적인 서브와 파이프 옵션을 살려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들이 가진 장점들을 아무리 적절히 조합해도 하이 볼 처리와 블로킹에서는 정지석의 빈자리를 메울 수가 없다. 부상 이탈 전까지 오픈공격 1위였던 정지석은 195cm의 신장에 다채로운 공격 코스와 타법을 갖춘 선수다. 사이드 블로킹은 말할 것도 없다. 심리전과 수직 점프 제어 능력을 무기로 오레올 까메호, 박철우, 후인정 등과 함께 V-리그 올 타임 넘버원을 다투는 사이드 블로커다.

정지석의 빈자리를 메울 네 명의 아웃사이드 히터는 모두 신장에 약점이 있다. 그렇다고 그 신장의 열세를 메울 블로킹 센스가 엄청난 선수들도 아니다. 당연히 사이드 블로킹에서는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다. 하이 볼 처리 역시 마찬가지다. 임재영과 서현일의 과감함이나 곽승석의 노련함이 번뜩이는 순간들은 분명 찾아오겠지만 카일 러셀(등록명 러셀)의 컨디션 기복과 특정 코스의 하이 볼 처리 능력 부재를 꾸준히 메워줄 수 있을 정도로 그 순간을 자주 만들 수는 없다. 

당장 25일 KB손해보험전에서 정지석의 공백은 확연히 드러났다.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가 정지석이 빠진 전위를 마음껏 폭격했고, 러셀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임동혁까지 부진하자 대한항공의 하이 볼 처리는 사실상 정한용 한 명에게 의존하는 구조가 됐다. 경기 초중반까지 공격 성공률 100%를 유지할 정도로 감이 좋았던 정한용이지만 결국 부담감을 끝까지 버티지는 못했다.

경기 후 적으로 대한항공을 꺾은 황택의와 임성진도 정지석의 공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황택의는 “공격에서는 임재영도 워낙 좋은 선수라 큰 차이가 나진 않았다. 하지만 확실히 리시브에서는 차이가 난다. 대한항공이 리시브가 워낙 탄탄해서 그걸 깨려고 강한 서브를 억지로 넣다가 범실로 경기가 말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임재영이 플로터 서브에 약간의 약점을 드러냈기 때문에 우리가 그 부분을 좀 파고들 수 있었다”며 정지석이 없는 리시브 라인이 주는 상대적 편안함을 짚었고, 임성진 역시 “보이지 않는 자잘한 플레이를 전체적으로 워낙 잘하는 선수라서 적으로 만나면 어렵고 답답한 기분이 드는데, 빠지니까 좀 더 편한 느낌이 있었다”고 솔직한 체감을 털어놨다.

그러던 와중에 악재가 또 하나 겹쳤다. 28일 우리카드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던 임재영마저 착지 과정에서 부상을 입으며 코트를 빠져나간 것. 만약 임재영마저 장기 부상을 끊는다면 진지하게 외부 자원 수혈까지 고려해야 할 정도로 어려움이 커진 대한항공이다.

우리카드전에서 부상을 입은 임재영./KOVO

거칠 것이 없이 고공비행하던 대한항공이 난기류를 맞았다. 캡틴이자 에이스가 자리를 비웠고, 그 자리를 메울 카드 하나마저 잃었다. 대한항공이 선두 자리를 수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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