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생이 뜬다! ‘리틀 김연경’부터 귀화 예고한 케냐 소녀까지, 한국 여자배구 미래를 밝히다 

이보미 기자

bboo0om@thevolleyball.kr | 2026-01-09 10:05:19

왼쪽 아래부터 시계 방향으로 문티아라, 장수인, 손서연, 박믿음./케이와이케이 재단(서울 삼성동)=송일섭 기자

[더발리볼 = 케이와이케이 재단(서울 삼성동) 이보미 기자] 한국 U16 여자배구대표팀이 아시아선수권 우승으로 포효했다. 아시아 최고 자리에 오르며 금의환향했다. U16 여자배구대표팀의 주축 멤버인 아웃사이드 히터 손서연과 장수인, 미들블로커 문티아라를 만났다. 여기에 케냐에서 온 박믿음도 귀화 그리고 한국 국가대표를 꿈꾼다. 모두 2010년생이다. 한국 여자배구 암흑기에 유망주들이 등장하면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리틀 김연경’ 181cm OH 손서연
“한국 여자배구의 힘 보여 주겠다”

모처럼 ‘리틀 김연경’ 수식어가 등장했다. U16 여자배구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한 손서연(경해여중)을 가리키는 말이다. 현재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 강소휘(한국도로공사), 육서영(IBK기업은행), 정지윤(현대건설)은 모두 180cm다. 15세 손서연이 공수 균형까지 이룬다면 한국 여자배구의 아웃사이드 히터 계보에 또 하나의 희망적인 이름이 더해질 수 있다.

그동안 ‘제2의 김연경’ 후보는 즐비했다. 박정아(페퍼저축은행)와 이소영, 강소휘, 정윤주(흥국생명) 등이 포함됐다. 그만큼 국제 무대에서도 밀리지 않는 경쟁력을 갖춘 기대주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손서연에게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배구여제’ 김연경도 미소를 지었다. 그는 “내 이름이 쉽게 사용되는 것 같다”고 농담을 던진 뒤, “수식어가 붙을 수 있는 선수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좋다. 여자 배구뿐만 아니라 남자 배구에서도 좋은 선수들이 나왔으면 한다. 재단을 운영하는 이유는 유소년 지원 사업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에게 계속 기회를 주고,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진심을 전했다.

손서연은 ‘리틀 김연경’이라는 수식어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손서연은 “당연히 좋은 말이다. 하지만 아직 리틀 김연경이라는 말은...”이라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거기까지 못 가더라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힘줘 말했다. 

아울러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처음엔 부담으로만 느껴졌는데, 그만큼 내게 관심과 기대감이 크다는 걸 생각했다. 그 기대감을 꽉 채울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운동을 해야 한다”며 스스로 채찍질을 가했다. 

손서연은 아시아선수권에서 홀로 141점을 기록하며 MVP까지 거머쥐었다. 그럼에도 “세터 (이)서인이가 공을 많이 올려줬다. 또 나만 공을 때렸다면 블로킹을 못 뚫었을 거다. 다른 친구들이 하나씩 뚫어주면서 도움을 받았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국제 대회를 경험하면서 한 단계 더 성장했다. 그는 “중국이 가장 까다로운 팀이었다. 워낙 키가 크다 보니 미들블로커를 많이 쓰는 플레이를 하더라. 한국에서는 지금 또래 친구들이 속공을 주요 공격으로 쓰지 않는다. 중국과 같은 팀을 처음 만나서 경험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연령별 대표팀을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U16 아시아선수권은 2023년부터 시작돼 2025년 제2회 대회가 펼쳐졌다. 한국은 2023년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2025년은 달랐다. U16 배구 국가대표 선발 트라이아웃까지 개최해 공정하게 선수를 선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한배구협회 관계자는 “이번 U16 국가대표 트라이아웃은 한국 배구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인재 발굴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문체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선발 시스템을 구축해 우수한 유망주들을 조기에 발굴하고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손서연은 초등학교 때부터 강한 승부욕을 보였다. 배구공을 잡게 된 계기가 됐다. 그는 “키는 또래보다 조금 컸다. 다만 승부욕이 강한 편이라 체육 시간에도 열정적으로 했던 게 눈에 띄었던 것 같다. 부모님은 배구를 잘 모르셨다. 마침 엄마가 요가를 하는 곳에 대구시청 선수들이 다녀서 여러 얘기를 듣고 왔다”고 말하며 해맑게 웃었다. 

한국 U16 여자배구는 아시아선수권 상위 4개 팀에 주어지는 2026 국제배구연맹(FIVB) U17 세계선수권 출전권까지 거머쥐었다. 손서연도 부푼 기대감을 안고 있다. 
손서연은 “2025년 진주에서 여자배구 국제대회가 열리지 않았나. 우리 경해여중이 볼보이를 맡았다. 처음으로 다른 나라의 배구를 실제로 봐서 신기했다. 내년에도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더불어 손서연은 “아시아선수권에서는 ‘질 수도 있지’라는 생각으로 했는데 우승을 했다. 우리 때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 여자배구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말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2026년 ‘리틀 김연경’은 또 어떤 스토리를 써 내려갈까. 

한편, 김연경도 유망주들을 돕기 위해 나섰다. 당초 김연경 재단은 제1기 배구 유소년 장학생으로 고등부 5명, 중등부 3명을 선발한 바 있다. 중등부에서는 문티아라와 장수인, 박믿음이 먼저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아시아선수권 MVP 손서연이 추가 발탁됐다. 재단은 “재단이 추구하는 노력과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 성과를 격려하고 향후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장학생으로 특별 선발했다”며 그 배경에 대해 밝혔다. 

김연경은 장학생들을 직접 만나는 자리도 마련했고,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온 U16 대표팀을 초청해 격려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장수인, 박믿음, 손서연, 문티아라./케이와이케이 재단(서울 삼성동)=송일섭 기자

더 큰 꿈을 꾸는 OH 장수인의 포부
“배구하면 장수인이 떠오르게 하겠다”

또 다른 아웃사이드 히터 장수인(경남여중)은 당차다. 171.5cm 장수인은 아시아선수권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마지막 득점을 기록한 주인공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배구공을 잡기 시작했다. U16 대표팀 경험은 더 큰 꿈을 꾸게 된 계기가 됐다. 

장수인은 “어렸을 때부터 선수를 하면서 유스 대표팀에 뽑히고 싶었다. 이번에 U16 국가대표를 선발한다고 해서 뽑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트라이아웃을 거쳐서 내 실력을 인정받고 대표팀에 발탁돼 영광이었다”면서 “다 같이 훈련하면서 우승이라는 좋은 성과까지 냈다. 배구 선수로서 마음가짐도 달라진 것 같다.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 자기 관리도 중요하고, 스스로 성장을 더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며 아시아선수권 우승 그 이상의 수확을 설명했다. 

2026년 U17 세계선수권은 오는 8월 칠레에서 열릴 예정이다. 장수인은 “살면서 칠레에 언제 가 보겠어요?”라고 말한 뒤, “U17 세계선수권 국가대표로 선발돼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그리고 성인 국가대표로 성장하고 싶고, 후배들에게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장수인은 스스로 2025년 U16 아시아선수권에서의 아쉬움을 안고 있다. 그는 “U16 아시아선수권에서 내 실력을 다 보여주지 못해서 아쉬웠다. 내년에는 내 실력을 다 보여주고 싶다. 사람들이 보지 못했던 나만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다”며 2026년 목표를 새겼다. 

세계적인 아웃사이드 히터로 한국의 위상을 높였던 김연경을 언급하기도 했다. 장수인은 “(김연경의) 선수 시절 영상을 우연하게 봤는데, 만년 꼴찌였던 흥국생명에 들어가서 우승도 하고 MVP까지 휩쓸지 않았나. 해외에서든, 국내에서든 필요한 선수였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2020 도쿄올림픽에서 중요한 순간에 주장으로서 선수들에게 준 메시지였다. 그렇게 팀을 승리로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고 배울 점이 많았다”고 밝혔다. 

끝으로 장수인은 “우리가 성과를 내서 한국 여자배구의 희망이 됐다는 자체가 영광스러운 일이다. 많은 분들이 우리를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해서 진짜 여자배구의 희망이 되고 싶다”며 자신 있게 말했다. 

한편, 장수인은 경남여중의 에이스이기도 하다. 2025년 경남여중은 5관왕 위업을 달성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춘계배구연맹전, 종별선수권, 전국소년체전, CBS배에 이어 KYK 파운데이션 전국중학교배구최강전에서 모두 정상에 올랐다. 장수인 그리고 문티아라가 함께 일궜다. 

문티아라(가운데)가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AVC

배구 선수 출신 엄마 따라 배구공 잡은 문티아라 
“올림픽 메달도 획득하고 싶다”

177cm 미들블로커 문티아라(경남여중)는 엄마의 길을 따라 걷고 있다. 문지원 씨는 경남여고를 거쳐 1997년 현대건설에 입단한 아포짓 선수였다. 아시아청소년 국가대표로 발탁돼 국제 대회를 경험하기도 했다. 현재 경남여중 코치로 지내고 있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고 문티아라도 배구 선수가 됐다. 또 한국과 호주 이중 국적자다. 

그는 “어릴 때부터 엄마를 따라다니면서 배구를 조금씩 봤다. 엄마는 배구를 하는 걸 원하지 않으셨다. 엄마를 설득해서 초등학교 5학년 때쯤부터 배구부에 들어가게 됐다”면서 “난 호주에서 태어났다. 6살 때쯤 한국에 와서 살게 됐다”고 전했다. 

배구 선수 출신의 엄마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된다. 문티아라는 “모르는 게 있거나 스스로 답답한 점이 있으면 엄마한테 물어보고 해결책을 찾는다. 엄마는 늘 자신 있게 하면 된다고 말해주신다”고 밝혔다. 

문티아라에게 태극마크 역시 의미가 크다. 그는 “처음 대표팀에 가서, 그것도 해외까지 나갔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이라 긴장도 되고 걱정도 됐는데 팀원들과 서로 의지하고 파이팅하면서 극복할 수 있었다”며 팀원들을 향한 끈끈한 애정을 드러냈다. 

아직까지 미들블로커와 아포짓을 오가고 있다. 문티아라는 “대표팀에서는 아포짓, 학교에서는 미들블로커로 뛴다. 고등학교에 가면 미들블로커로 뛸 것 같다. 속공이든, 이동공격이든 큰 공격은 다 된다. 해볼 수 있는 거 다 해보고 싶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끝으로 문티아라는 “여자배구 새로운 희망이라고 해서 부담감보다는 어떻게든 해내겠다는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우리를 믿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보답해야 한다”면서 “나중에는 성인 국가대표로도 발탁돼 올림픽 메달을 획득하고 싶다”며 올림픽 메달의 꿈을 전했다. 

박믿음./케이와이케이 재단(서울 삼성동)=송일섭 기자

귀화 의지 강한 ‘케냐 소녀’ 박믿음
“친구들이랑 같이 국가대표로 뛰고 싶다”

박믿음(천안봉서중)은 U16 대표팀 멤버는 아니다. 하지만 박믿음 역시 2010년생으로 또래들 중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선수다. 

박믿음은 케냐 부모님과 함께 4살이 되던 해에 낯선 한국 땅을 밟았다. 초등학교 시절 방과 후 활동으로 농구를 먼저 경험했다. 그러던 2023년에는 배구공을 잡기 시작했다. 여전히 배구가 더 흥미롭다. 최근에는 대한배구협회가 진행하는 유망주 프로그램에도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본, 이탈리아 교류에 동행했다. 
2010년생 동갑내기 친구들이 U16 아시아선수권 우승을 멀리서 지켜만 봤던 박믿음. 자연스럽게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의 꿈도 커졌다. 

178cm인 그는 “배구가 훨씬 더 재밌다. 농구는 혼자 드리블해서 슛까지 개인 플레이가 가능하다. 배구는 혼자 받고 때리는 게 안 된다. 엄청 어려운 볼을 올려서 내가 득점을 올리면 보람차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배구를 늦게 시작한 만큼 노력도 늦추지 않고 있다. 박믿음은 “난 2023년부터 배구를 시작했다. 다른 친구들은 배구를 시작한 지 6, 7년이 됐다. 기본기나 배구 기술이 좋다. 나도 더 열심히 해서 애들보다 부족한 3년을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굳은 결의를 표했다. 

이제 미들블로커가 아닌 아포짓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그는 “2025년 여름부터 아포짓으로 뛰고 있다. 상대 아웃사이드 히터가 때리는 공격을 잘 막는 것 같다. 반대로 나 역시 공격으로 상대 블로킹을 뚫을 수 있고, 파워도 있다. 크로스 공격도 때릴 수 있다. 아포짓이 더 재밌다. 미들블로커는 블로킹에서 재미를 느낀다면, 아포짓은 공격에서 재미를 많이 느끼는 것 같다”며 구체적으로 말했다. 

이제 케냐에서 보낸 시간보다 한국에서 머문 시간이 더 길다. 박믿음의 국가대표 욕심도 더 커지고 있다. 한국 V-리그에 선 박믿음을 상상하기도 한다. 박믿음은 “V-리그 신인 드래프트에 참여하고 싶다. 이전까지 부모님이 귀화를 반대하셔서 나도 큰 생각은 없었다. 케냐 국적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구들이 국가대표로 좋은 성적을 내는 걸 보니 같이 하고 싶었다”며 뚜렷한 주관을 드러냈다. 

이어 “부모님도 요즘 서서히 생각이 바뀌는 듯하다. 아빠도 서울에 와서 김연경 선수도 보고 엄청 좋아하셨다. 배구 열심히 해서 좋은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셨다”고 덧붙였다. 

또래 친구들처럼 떡볶이, 마라탕을 좋아한다. 배구 선수로서 동기부여도 확실하다. 마지막으로 박믿음은 “내 가능성을 믿고, 인정을 받은 것 같다. 더 책임감을 갖고 좋은 선수로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박믿음의 바람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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