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고 싶은데 더 나가야 하는 정관장, 집에 있기 싫은데 더 있어야 하는 우리카드…흥미로운 홈-원정 스플릿
김희수 기자
volonta@thevolleyball.kr | 2026-01-07 11:11:20
[더발리볼 = 김희수 기자] 집이 좋은 팀은 집에 있을 날이 얼마 없고, 집이 싫은 팀은 아직 집에 더 많이 있어야 한다.
홈 앤 어웨이 제도를 채택한 프로 스포츠에서 홈-원정 스플릿은 언제나 흥미로운 지표 중 하나다. 그냥 경기하는 곳이 달라지는 곳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체육관 적응 이슈부터 이동거리, 팬들의 응원 소리까지 홈과 원정의 격차는 생각보다 크게 느껴지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진에어 2025~2026 V-리그에서 홈-원정 스플릿 지표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남녀부 14개 팀의 홈-원정 성적과 잔여 홈경기를 7일 경기 전 기준으로 확인해 봤다.
남자부에서 홈경기 승률이 가장 높은 팀은 대한항공이다. 8승 2패를 기록하며 계양체육관을 사실상 난공불락의 요새로 가꿨다. 홈에서 획득한 승점은 24점으로, 원정에서 얻은 승점 17점보다 7점이나 많다. 다만 현재 팀 분위기가 부상자 속출과 첫 연패로 인해 다소 가라앉은 상황에서, 잔여 홈경기가 8경기로 많지 않은 편인 것은 아쉽다.
홈팬들의 응원 열기가 뜨겁기로 유명한 현대캐피탈과 KB손해보험도 홈 승률이 좋다. 나란히 홈에서 7승 3패로 승률 70%를 기록하며 승점 20점을 챙겼다. 다만 KB손해보험은 원정에서 3승 7패로 부진하면서 현대캐피탈(원정 5승 4패)과의 순위 싸움에서 밀리고 있다. KB손해보험 역시 남은 홈경기가 8경기로 많지 않기에 원정 승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순위 싸움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반대로 우리카드는 남자부에서 홈 승률이 가장 안 좋은 팀이다. 홈에서 2승 6패에 그쳤고 획득한 승점은 5점에 불과하다. 반대로 원정에서는 5승 6패-승점 16점을 기록하며 강한 면모를 보였다. 오히려 집을 나가야 강해지는 팀인 것. 문제는 우리카드가 남자부에서 한국전력과 함께 잔여 홈경기가 가장 많은 팀이라는 것이다(10경기). 홈 승률을 끌어올려야 후반부 반격을 노려볼 수 있는 우리카드다.
여자부로 눈을 돌려보면, 남녀부 14개 팀 중 유일하게 홈에서 전승을 달리고 있는 팀이 눈에 띈다. 바로 한국도로공사다. 한국도로공사는 홈에서 치러진 9경기에서 모두 이기며 승점 25점을 쓸어 담았다. 현대건설의 맹추격 속에서도 선두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홈에서의 압도적인 승률이라고도 볼 수 있다.
2위 현대건설의 경우 원정 성적은 한국도로공사보다 좋지만(7승 4패 승점 20, 한국도로공사 6승 4패 승점 15), 홈에서 6승 3패-승점 18을 기록하며 한국도로공사보다 밀리는 성적을 거뒀다. ‘수원산성’이라 불릴 정도로 전통적으로 홈에서 압도적인 면모를 보였던 현대건설인 만큼 남은 아홉 번의 홈경기에서 승률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면 선두에 등극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남자부의 우리카드가 집을 나가야만 강해지는 ‘원정 여포’라면, 여자부에는 집에서만 제 실력을 발휘하는 ‘안방 여포’ 두 팀이 있다. 바로 페퍼저축은행과 정관장이다. 페퍼저축은행은 홈에서 6승 4패-승점 17점을 기록한 반면 원정에서는 1승 9패-승점 4점으로 극도의 부진에 시달렸다. 정관장도 마찬가지다. 홈에서는 5승 6패-승점 14점으로 준수했지만 원정에서 1승 8패-승점 4점으로 무너졌다. 홈에서의 이점을 조금이라도 더 살린 페퍼저축은행이 최하위를 면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관장의 경우 우리카드와 정반대이면서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원정 여포’ 우리카드가 너무 많은 홈경기를 남겨뒀다면, ‘안방 여포’ 정관장은 남녀부를 통틀어 가장 적은 홈경기를 남겨두고 있다(7경기). 결국 원정 승률을 끌어올릴 방안을 찾아야만 탈꼴찌와 봄배구 막차를 노려볼 수 있는 정관장이다.
집이 좋은 팀도, 싫은 팀도 각자의 고충을 안고 있다. 그 고충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팀이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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